‘법관증원’ 22대 국회로 넘어가나
법사위 일정 안 잡혀 법률안 폐기 수순
행정처 “민생법안, 최우선 처리 희망”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지연 해소 방안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입법을 요청한 이른바 ‘법관증원법’(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사법부 등 법조계에선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기 내 처리가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갈등으로 2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이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 상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5년간 법관 370명을 순차 증원하는 내용의 판사 정원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법사위 전체 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법사위는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법관증원법과 동시에 논의되는 검사증원법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데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국민연금 개혁 등 쟁점 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전향적으로 타협하지 못하면 법관증원법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법원은 최근 몇 년간 사건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국민들이 겪는 각종 송사에 제때 판결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와 사건 난도 증가, 법관 이탈 현상, 직장 문화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0월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것 (판사들도)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재판 지연을 막고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 송기헌 의원도 “수도권 지역의 형사지방법원을 보면 처리 기간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처리가 너무 지연되지 않도록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청문위원들의 지적에 조 대법원장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재판) 지연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며 “특히 법관 증원 문제는 굉장히 시급한 현안이다. 저희로서는 국회에서 적극, 긍정적으로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 지연’을 지적했던 법사위가 법관증원법 통과를 위한 전체 회의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법원은 당장 내년 신규 판사 임용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년 신규 임용 대상자 명단을 올해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6월 말에는 선발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기를 놓치는 셈이다.
현행 판사정원법에 따른 정원을 지키려면 최대 109명까지 선발할 수 있지만, 정원이 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선발 인원은 100명 미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내년부터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이 기존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도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5년 이상 7년 미만 법조 경력자의 경우 법관으로서 자질을 갖췄더라도 자격 요건에 걸리는 탓에 이들을 제외하면 전체 신규 법관 임용 지원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법관증원법 국회통과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사법부를 위한 게 아니라 재판지연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한 것으로 법관증원법이야말로 민생법안임을 계속 강조해 왔다”며 “혹시라도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