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2024-05-28 13:00:03 게재

검찰, 노조 간부 15명 등 총 73명 기소

노조, 조합원 추천권 포기 등 제도개선

부산항운노조의 고질적인 채용비리가 검찰의 수사 결과 계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채용비리의 원인을 제공해 온 조합원 추천권 포기 등 제도개선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채용비리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부산지방검찰청은 27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간부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금품 공여자 등 58명을 불구속 기소 했다고 밝혔다. 채용 추천권 등 권한을 가진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은 채용·승진 대가로 역대 최대 규모인 27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고, 이를 은폐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부산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부산항만구역에서 항만, 농수산물 하역 업무에 대한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노동조합으로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정조합원 약 7000명, 임시조합원 약 2000명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항운노조다.

부산항운노조는 노조에 가입해야 취업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으로 운영돼왔고, 산하 24개 지부의 지부장은 조합원 채용, 지휘, 감독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지부에서 조장이나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 지부장이 추천하고 노조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는 체계였다.

이같은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 권한 때문에 부산항운노조에는 위원장의 승인을 통해 가입가능하며, 위원장 또는 지부장이 터미널사에 정규직 채용추천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조합원의 반장·조장 등 승진 결정권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 탓에 부산항운노조의 채용과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아왔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 5부두 지부장 A씨는 2022~2023년 조합원 40명 대부분으로부터 채용 추천 대가로 3000만~6500만원을 받는 등 청탁금만 총 7억4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지부 반장 B씨는 정조합원 채용이나 간부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조합원으로부터 10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 신협 간부 C씨는 노조 지부장과 공모해 조장·반장 승진 대가로 총 1억5400만원을 받았다. C씨는 부당 신용대출 등으로 약 1억원을 횡령했고, 필리핀 한 호텔에서 6번에 걸쳐 약 4억원 상당의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지부장이 수수한 억대의 청탁금 중 수천만 원을 윗선에 전달했고, 윗선은 지부장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수법으로 조직적인 인사 비리가 24개 지부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5년(29명 구속·50명 기소, 청탁 수수금 11억원)과 2019년(16명 구속·31명 기소, 청탁 수수금 10억원) 두 차례에 걸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규모 집중 수사를 벌였음에도 고질적·구조적 비리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항운노조는 연간 4400억원 상당의 수익(2022년 기준)을 올리는 근로자 공급 사업자로, 상당수의 현직 간부가 과거 검찰수사에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이권을 포기하지 않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와 지역사회에서는 ‘부산항운노조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직장’이라고 인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또 “중단없는 수사를 통해 고질적 채용·승진 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의 철저한 박탈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속된 노조 간부의 주거지 등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압수했고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추징보전했다.

채용 비리가 지속되자 노조는 지난 3월 노·사·정 협약을 통해 1978년부터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채용추천권을 포기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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