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실명 보도 선고유예
대법 “보도로 피해 아동 인적 사항 알려졌을 것”
피해자의 승낙을 얻어 아동학대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보도했더라도 현행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명 피겨스케이팅 코치의 제자 폭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방송기자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기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형의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할 수 있다.
A씨는 2019년 9월 2일 피겨스케이팅 코치 B씨가 강습 과정에서 아동을 학대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도 내용은 B씨가 초등학생인 제자들을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기사였다.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승낙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문·방송사 관계자가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 고소·고발·신고인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 조항의 방송 금지 대상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 아동학대행위자의 경우까지 포함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A씨는 법정에서 아동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도한 것으로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없어지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보도 금지 규정은 ‘아동 보호 사건’에 한정될 뿐 이 같은 일반 형사 사건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보도로) 자연스럽게 피해 아동들의 인적 사항이 상당히 알려졌을 것”이라며 “이 사건 보도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 법원도 “언론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방식만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에 “원심 판단에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