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남발로 중립금리 상승
한은, 국제컨퍼런스
미국이 국채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중립금리 상승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마이너스 수준이던 중립금리가 안전자산인 달러 공급의 확대와 생산성 증가 등을 배경으로 빠르게 올랐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국가부채 확대가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티아고 페레이라 미국 연준(Fed) 연구원은 30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서 “주요 선진국의 장기 중립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안전자산 공급 증가에 힘입어 소폭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페레이라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분기 장기 중립금리는 0.73% 수준으로 유로권(0.09%)과 일본(-0.38%)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았고, 영국(0.74%)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번 분석은 196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등 11개 선진국의 장기 중립금리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중립금리 결정요인으로는 △생산성 추세 △노동인구의 비중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 및 공급 등이 주요한 변수로 고려됐다. 페레이라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생산성 둔화 및 국가간 마이너스 파급효과는 중립금리 하락요인으로 작용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안전자산 공급이 증가하면서 상승 전환했다.
실제로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막대한 국채를 발행에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했다. 미국 국가부채가 지난 3월 34조달러(약 4경5000조원)를 돌파한 가운데, 국채시장 규모도 27조달러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비해 무려 6배나 급증한 규모이다. 페레이라 연구원 주장에 의하면,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와 팬더믹 위기 당시 달러를 무제한 풀면서 결과적으로 중립금리도 상승했다는 의미다.
페레이라 연구원은 그러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의 공급이 장기 중립금리 상승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가부채 상승 비용이 작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립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에 따라 지금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한편 중립금리 또는 자연이자율은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 나라 경제의 실질GDP와 잠재GDP 갭을 일치시켜 나갈 수 있는 단기 실질금리로 인식되고 있다. 중립금리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준거로 작용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