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형물 훼손’ 활동가 무죄
“조형물 효용 훼손 보기 어려워”
대법, 2심 벌금형 파기 환송
석탄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미신고 집회를 열고 두산그룹 로고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단체 활동가 2명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0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로 기소된 청년기후긴급행동 소속 활동가 2명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인 이 모씨와 강 모씨는 두산중공업이 아시아 각지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기후재난을 야기하고 있다며 지난해 2월 18일 성남시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미신고 규탄 집회를 열고 ‘DOOSAN’ 로고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칠한 혐의로 벌금 200만∼3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이들은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공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미신고 집회와 재물 손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검찰의 구형량(벌금 200만∼300만원)대로 선고했다.
이들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활동가 측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환경과 인간에게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을 주는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을 막기 위한, 오로지 공익적 목적으로 행동했다”며 “활동가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발전소가 지어질 베트남 지역의 주민과 전 지구인의 건강권·생명권·주거권 등 권리, 동식물 등 자연 환경이 가진 권리 그 자체이고 피해자의 침해 이익은 금액불상의 재산상 손해여서 피고인들이 지키려는 환경의 가치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탄소 배출로 인해 훼손되는 환경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물손괴에 대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회사명 조형물의 용도와 기능, 피고인들 행위의 동기와 경위, 수단, 내용, 이에 따른 위 조형물의 용도와 기능 및 미관을 해치는 정도와 그 시간적 계속성,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위 조형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저항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위 조형물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재물손괴 부분과 집시법 위반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