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종합부동산세 규정 ‘합헌’
헌재, ‘조세 형평·시장 안정’ 입법 취지 인정
재판관 3명 반대의견 “중과 조항 형평에 반해”
문재인정부 당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합부동산세 규정이 부동산 소유주들의 재산·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이종석 재판소장)는 30일 오후 옛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 7조 1항, 8조 1항, 9조 1항, 9조 4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에서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옛 종부세법 7조 1항은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납세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다. 8조 1항은 종부세 과세표준은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산정 비율)을 곱한다고 규정한다. 9조 1항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보유자의 세율을 명시했다.
청구인들은 앞서 해당 종부세법 조항들이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세율, 주택 수 계산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소유한 경우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조세법률주의·평등원칙·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보유자인 청구인들은 앞서 2020년 종부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이날 헌재는 다른 청구인들이 제기한 유사한 취지의 종부세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총 56건을 병합해 심리해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보하는 것이 종부세법의 입법 취지라는 점을 합헌 판단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7조 1항의 공시가격은 부동산공시법 등으로 결정·공시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를 두고 있어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8조 1항에 대해서도 종부세법이 과세요건의 핵심 사항인 납세의무자 기준, 과세표준 구간 및 구체적 세율을 직접 정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없다고 봤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구체적 수치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되므로 입법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 부분을 규정한 9조 1항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 등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선정할 수 있고, 주택 수 계산도 조세 형평성을 고려하는 종부세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주장에는 종부세로 인한 납세자의 세 부담이 지나치지 않아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재산세,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은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어느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 지역에 2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평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조정대상지역 중과 조항이 조세부담 형평을 제고하거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오로지 주택 소유 여부, 2채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세율을 중과하고 세 부담 상한을 가중시킨다”며 “매수 시점, 소유 기간, 소유 경위와 목적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2008년 11월 종부세법 중 세대별 합산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1주택 장기보유자 등에 대해 예외를 두지 않고 있는 주택분 종부세 부과 규정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종부세법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