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로 진출하는 베트남 IT 대기업
한·일 기업 하청으로 성장, 현지화로 도약 노려
IT인력 월 평균급여는 10년새 70% 이상 올라
한국과 일본 기업의 하청업체로 성장해 온 베트남 IT기업들이 해외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매출과 수익이 급증한 대형 IT기업은 한중일 현지에 개발 및 영업 거점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베트남 최대 IT기업인 FPT가 지난 3월 중국 대련에 개발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섰다고 전했다. 우선 200명 규모를 고용해 향후 5년간 3000명 수준까지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FPT는 이번 중국 거점을 발판으로 IT시스템 운용에서 좀 더 핵심적 기능에 해당하는 분야를 개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에서 프로그래밍 운용이나 보수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와 분리해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1988년 창업한 이후 주로 일본 기업이 발주한 시스템 개발 하청을 받아 성장해 왔다. 매출의 40% 가량이 일본 기업의 사업 발주에 따른 시스템 개발에서 나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52조동(약 2조8000억원), 순이익도 전년 대비 20% 늘어 7조7880억동의 실적을 냈다. 10년 전 대비 매출은 두배, 순익은 3배로 증가했다. 이런 빠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통해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2위 IT업체인 CMC도 한국과 일본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CMC는 이달 초 서울에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고 베트남 현지에서 채용한 우수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 기업은 SK와 삼성SDS 등 한국 기업과 주로 거래하면서 성장해왔다. 베트남에서는 후발업체인 VTI도 지난 4월 일본 후쿠오카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현지 기업을 상대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대형IT기업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로 나가는 데는 더 이상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싼 인건비에 의존해 기업을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모든 기업이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DX)이라는 대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문화나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단계 도약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트남 IT기업은 싼 노동력을 무기로 선진국 기업으로부터 개발위탁을 받아 성장해왔다”며 “영어에 익숙한 인도 IT기업이 강한 것처럼 베트남도 상대국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젊은 인재를 키워나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인재는 수학을 잘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 IT업계 종업원 월 평균 보수는 2022년 기준 483달러(약 65만2000원)로 10년 전에 비해 70% 이상 상승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