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골프장 옛 회원 할인약정 “승계 안돼”
대법 “법상 ‘회원’ 해석 잘못” … 파기 환송
골프장이 회원제에서 대중제(퍼블릭)로 전환할 때 기존 회원들과 맺은 요금할인 약정은 향후 대중제 골프장이 양도될 때 승계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회원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기 때문에 체육시설법에서 말하는 ‘회원’이 아니어서 승계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A씨 등이 B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각 7000만원 배상)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0년 춘천에 있는 한 회원제 골프장 운영사로부터 입회보증금 2억8000만원을 지급하고 창립회원권을 분양받았다.
2015년 운영사는 재정난을 이유로 회원제가 아닌 대중제로 골프장 운영 방식을 바꾸되,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보증금을 50%(1억4000만원) 지급하면서 남은 보증금·회원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회원 및 가족 1인(법인은 임직원 2인)을 대상으로 종신으로 월 3회 할인 요금을 적용하기로 합의(요금할인 약정)했다.
이후 2016년 운영사는 건설업체인 B사에 골프장을 양도했고, B사는 2019년 이를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도했다. 이 투자회사는 골프장 시설을 다른 회사에 임대해 대중제로 운영토록 했다.
골프장측은 2020년 A씨 등에게 “최초 운영사와 맺은 합의에 따라 대우해줄 수 없다”고 통지했고, A씨 등은 골프장 측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A씨 등이 최초 운영사와 맺은 합의가 체육시설법상 승계 대상이 되는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 약정’에 해당하는지였다.
1·2심은 “회원권을 포기하고 요금 우대를 받기로 한 A씨 등의 지위는 체육시설법상 ‘회원’에 해당하고, B사는 골프장을 양수하면서 합의서상 의무도 승계했다”며 B사 혹은 부동산 투자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체육시설법 27조 1항은 체육시설사업자가 상속·인수·합병 등으로 바뀌더라도 회원과 약정한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옛 체육시설법상 ‘회원’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예탁금제 골프회원권 제도를 운영했던 골프장이 그 제도를 폐지하고 입회금 일부를 회원들에게 반환하면서 합의서와 같은 요금할인의 혜택을 부여했다고 하더라도, 요금할인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체육시설법에서 정의하는 회원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고들도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회원 권리 일체를 포기한다’고 약정했으므로 자신들이 이 사건 합의 이후에는 회원의 지위를 갖지 않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합의서는 모집된 회원이 없는 대중체육시설업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직접적으로 회원 지위 유지와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B사가 골프장에 관한 영업을 양수했더라도 합의서상 채무가 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승계될 회원과 약정한 권리·의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