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중동으로 눈돌리기 시작

2024-06-04 13:00:26 게재

중국-중동 공동 사모펀드 조성

미국, 양측 관계강화 예의주시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은행, 자산운용사 등 중국 자본도 석유 자원이 풍부한 중동으로의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일 블룸버그는 중국투자공사가 중동 최대 대체자산운용사와 몇차례 회의를 진행한 뒤 두 회사가 10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최초로 공개했으며 중국투자공사가 거래대상 발굴에 이례적으로 실무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포럼에서 걸프 지역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중동에 대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는 또 미국이 중동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중동과 중국 간의 관계 강화를 유심히 지켜보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0차 중-아랍국가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 개막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이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초상은행의 중동 담당 수석 대표인 스테파니 홀자이더는 “걸프 지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서 “중국 투자자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은 향후 10~20년 동안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이 지역에 지사나 사무소를 설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자본이 중동으로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 둔화로 기업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기술과 건설 등 분야의 부진이 심각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중동 국가들은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와 중동 간의 쌍방향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지난해 약 210억달러에서 2035년에는 3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은행들은 걸프 지역에서 기존의 소규모 지점이 아닌 전체 서비스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초상은행은 지난 4월 두바이 금융센터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며 모회사인 CMB 그룹은 곧 이 지역에서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업무를 모두 수행할 예정이다.

중국의 대형 자산관리자 중 하나인 노아 홀딩스도 올해 말까지 두바이에서 사업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영 중국국제자본공사(CICC)도 최근 몇달 동안 중동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중동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중국으로 투자 흐름이 촉진되기를 바라고 있다.

CICC의 리차드 사운다르지 지역 총괄이사는 “중국에 직접 진출하거나 중국 전문기관에 접근하지 않고 중국을 잘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동 지역의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의 중요한 투자처 중 하나는 여전히 미국이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BRICS) 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이 지역은 중국의 궤도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 강화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블룸버그는 미 당국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에 대한 압박 조치로 중동 자산 펀드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중국 기업이 중동에 투자하려는 일부 분야는 미국 입장에서 특히 민감한 분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만 국가들은 국방 분야에서 오랫동안 미국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였다.

미국 관리들은 걸프 국가들이 첨단 기술 및 인공 지능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중동 기업들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AI 기업인 G42는 중국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고 미국 기술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업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최소 2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프만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관계를 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수조달러 규모의 경제 및 사회 혁신 계획인 ‘비전 2030’의 필수 파트너가 중국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 그룹에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레노버는 그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조 시설을 짓고 지역 본부를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CICC의 사운다르지 총괄이사는 걸프 국가들이 전통 경제와 신 경제 부문 모두에서 노하우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확실한 윈-윈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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