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1%’…“석유보단 반성·민생·개혁 필요한 때”

2024-06-04 13:00:32 게재

MB, 국정기조 전환으로 3년차 반등 … 윤, 3년차에도 부진

‘석유’ 발표에 “안보 대처 밝히고 훈련병 사망 사과했어야”

부정평가 1위 ‘민생’ … “중도층 겨냥 3대 개혁에 성과내야”

<갤럽조사 대통령 지지도> 최악의 국정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첫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하자, 야권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고 싶으면 뜬금포보다 △국정에 대한 반성 △민생 챙기기 △3대 개혁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문이 정치권에서 잇따른다.

당헌당규개정특위에서 발언하는 황우여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네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헌당규개정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5년 내내 ‘열등생’ 우려 = 지난달 3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5월 28일~30일, 전화면접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인 21%를 기록했다. 임기 초부터 시작된 부진한 성적이 3년차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

역대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1~2년차)에는 40~50%대를 유지하다가 중반기(3년차)에 접어들면서 30%대로 하락하곤 했다. 김영삼·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이 ‘3년차 증후군’을 겪었다. 예외는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극도의 부진을 겪다가 3년차에 ‘친서민중도실용주의’로 국정기조 변화를 꾀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반기에 이어 중반기에도 꾸준히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지지도 궤적을 보인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윤 대통령도 ‘획기적인 반전카드’를 꺼내지 못한다면 자칫 임기 내내 ‘열등생’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40%대 육박 지지도 기대” = 지지도 반전카드를 요구받던 윤 대통령은 3일 예정에 없던 국정 브리핑을 자처해 ‘석유·가스 발표’에 나섰다. 포항 앞바다에 삼성전자 시가총액(450조원)의 5배 규모(2270조원)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다는 소식이었다. 희소식으로 들릴 법한 뉴스였지만, 야권에서는 “지지도 위기를 회피하려는 국면 전환용 발표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3일 SNS를 통해 “뜬금없는 대통령”이라며 “돋보일만한 대목에는 대통령이 나서고,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대목에는 철저히 숨어 있는, 참으로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오늘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설명했어야 할 내용은 총체적 안보 불안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밝히고, 잇따른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돋보일만한 대목’에만 나서는 윤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거듭 주문한 것이다.

지지도 반등은 민생에서 시작된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평가는 70%에 달했다. 지지도(21%)의 세 배를 넘긴 것이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5%)가 가장 많이 꼽혔다. 보수 성향의 전원책 변호사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정부가 고물가를 통제하고 물가를 흡수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없을까, 이걸 고민해야 될 텐데, 이런 정책을 만들어내는 곳인 기재부조차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이 국민의 민생고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가 ‘민생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섣부른 ‘정치적 쇼’보다 애당초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개혁에 성과를 내면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하는 게 정답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내건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과 의료개혁에서 성과를 낸다면 윤 대통령에게 등 돌린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이 돌아올 것이란 계산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국정운영에 실망해 이탈했기 때문”이라며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소신껏 추진하면서 성과를 낸다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돌아오면서 40%대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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