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침체…철강·시멘트업계 벼랑끝

2024-06-05 13:00:24 게재

철근 전기로공장 감산 돌입 … 시멘트 재고 61% 급증

건설경기 악화가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동국제강은 3일부터 인천 전기로공장을 밤에만 운영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5일 “기존 4조3교대 근무는 유지하되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일하는 야간생산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우선 8월까지 유지하고, 이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지속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고강도 감산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국내 철강기업이 상시적으로 낮 시간에 전기로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국제강 인천 전기로공장은 연간 220만톤의 철근을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로 철근 생산량이 약 35%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장가동률은 87% 수준에서 6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콘크리트를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길다란 막대 모양의 철재 부품인 철근은 아파트 등 건물 뼈대에 주로 쓰인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8개 회사가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8개업체의 1분기 월평균 철근 재고량은 약 66만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47만톤보다 약 40% 늘었다.

철근 유통업체는 이처럼 재고가 쌓이자 철강업체로부터 톤당 약 90만원에 구입해 약 70만원에 판매하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철근업계 1위인 맏형 현대제철은 인천공장 전기로 대보수를 2월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당진공장 전기로 라인을 대상으로 대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비수기 기간 동안 공장 대보수를 진행하고 재고 축소를 통해 탄력적인 수급운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러한 조치가 철근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는 줄고,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공생하려면 감산이 정답”이라며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처럼 기업간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국제강 입장에선 (감산으로)자기 살을 떼주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측면이 있다”며 “다른 업체들이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섣불리 감산조치를 단행했다가 그나마 작은 판매물량마저 경쟁사에 빼앗길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시멘트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시멘트업계에 따르면 1분기 재고량은 약 129만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80만톤 보다 약 61% 증가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봄철이 되면 겨울철에 쉬었던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시멘트 물량이 부족해 난리가 나곤 했다”며 “올해는 재고가 넘쳐나 기업의 시름이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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