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집회’ 송경동 시인 벌금 확정
대법, 8년 만에 마무리
소음 발생 혐의는 무죄
2015년 미신고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송경동씨에 대해 대법원이 8년 만에 벌금형을 확정했다. 기자회견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집회의 성격으로 열린 것이어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경동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송씨와 함께 기소돼 일반교통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시민운동가 등에게는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벌금형이 확정됐다.
‘기륭 비정규 여성노동자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이었던 송씨는 피고인들과 함께 2015년 2월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참가자 50여명이 참여하는 옥외집회를 주최했다. 당시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송씨 등은 확성기 사용으로 집회 중 비주거지역 주간 소음기준 75데시벨(db)을 초과해 주변에 피해를 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소음유지명령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선 풍속계를 통해 풍속을 체크해 바람에 의한 잡음 발생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며 “이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음 유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송씨는 신고할 필요가 없는 기자회견에 참여했을 뿐 옥외집회를 주최한 사실이 없고, 옥외집회라 하더라도 직접적인 위험성이 없었기에 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경찰이 소음 측정 당시 방풍망을 모두 부착해 소음을 측정했다”며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한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당시 집회 장소의 풍속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으므로 바람에 의한 잡음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 등 양형 조건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의 양형에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원심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양측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에 비춰 기자회견의 외관을 갖췄더라도 실질 목적이 집회라면 집회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시법 위반죄, 공무집행방해죄, 일반교통방해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