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추이 급락…정부 커지고 민간은 축소
최근 20여년 연평균 5.2%→2.0%, 정부소비 비중은 1.7배나 커져
서비스업 비중 확대, 제조업 축소 … 피용자보수 늘어, 분배구조 개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추이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에서 정부 비중이 크게 늘어났지만 민간은 상대적으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 확대는 지속됐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결과’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0년 이후 연평균 2.0%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한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부터 2019년(3.2%) 연평균 성장률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실질GDP 성장률은 1.4%에 그쳐 경제성장 추세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소득통계에서 중요한 지출(소비)구조에도 변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최종소비지출은 2000년 65.2%에서 2023년 67.5%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3%p 커졌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정부소비는 10.6%에서 17.6%로 7.1%p 커졌지만 민간소비는 54.6%에서 49.9%로 4.7%p 줄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각종 보조금 등 정부의 이전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우리사회에서 공공복지의 지출이 그만큼 확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2020년(17.0%) 이후 정부소비 비중은 급하게 커졌고, 민간소비는 같은 해 47.8%로 줄었 듯이 팬더믹이 소비구조를 크게 흔든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소비는 다만 2022년(49.0%) 이후 조금씩 회복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장기적인 성장의 토대가 되는 설비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도 문제다. 설비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2.9%에서 지난해 9.6%로 3.3%p나 줄었다. 기업이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지표로 해석돼 향후 생산활동에서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수출입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7.6%에서 지난해 87.3%로 늘었다.
GDP의 생산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9.4%에서 2023년 27.6%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은 같은 기간 57.9%에서 63.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림어업은 4.1%에서 1.5%로 감소했고, 건설업은 5.7%에서 5.9%로 소폭 증가했다.
분배구조도 변화가 있었다. 2000년 대비 지난해 피용자보수는 41.9%에서 47.1%로 증가했고, 기업의 영업잉여는 31.0%에서 22.5%로 감소했다. 세금은 같은 기간 10.3%에서 8.3%로 줄었다. 한은은 피용자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는 임금상승을 통해 부의 분배가 비교적 균형있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이번 국민계정 기준년 변경으로 국민경제의 종합적인 실태파악이 더 정확해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경제총조사와 실측 투입산출표 등 보다 세밀한 기초자료의 활용을 통해 국민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했다”며 “특히 그동안 비공식 부문과 자료수집 어려움으로 누락된 비관측 경제를 포착함으로써 경제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편으로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는 일본 대만 등에 비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194달러로 일본(3만3806달러)과 대만(3만3299달러)보다 높다. 다만 한은은 이들 국가의 경우 기준년도가 2015년으로 통계산출 변경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