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인도까지…투자자들 선거 이변에 놀라
인도 여당, 예상밖 저조한 성적에 증시 흔들
멕시코 범여권, 개헌선 확보에 페소화 급락
이번주 월요일 아침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통화 거래 중 하나가 멕시코 선거의 이변으로 인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0시간 후 인도 투자자들은 나렌드라 모디의 선거 승리 범위를 잘못 계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광적으로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해 하루 만에 386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전세계 주요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진 놀라운 결과는 2024년의 정치가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여론조사를 믿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의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인도와 멕시코 등 40개국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선거의 해다. 곧 실시되는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선거,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벌써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지만, 범여권이 개헌가능선인 상하원 2/3를 확보하리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멕시코 집권당 ‘국가재건운동당’은 개표 뒤 여러가지 개혁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반시장적 내용을 우려했다.
5월 말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던 페소화는 선거 뒤 이틀 동안 5% 급락했다.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저금리 국가에서 대출을 받아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에서 페소를 사용하는 매력이 사라졌다.
나렌드라 모디의 집권당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도 거의 없었다. 인도 출구조사에서 모디의 집권당 승리 규모가 크게 과대평가됐다. 개표가 끝나고 모디 총리의 당이 의회에서 과반수를 잃은 것이 확실해지자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NSE니프티50 지수는 4년여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내며 6% 가까이 하락했다.
신흥시장 전문 머니매니저인 닉 로하틴은 “투자자들이 선거결과에 너무 큰 베팅을 하면 얼마나 빨리 손실을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정책과 자본의 흐름에 대해 중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급격하게 투자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론조사의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8년 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부상으로 정치와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선거예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유라시아그룹의 글로벌 거시 지정학 실무책임자인 린제이 뉴먼은 “정말 중요한 건 꼬리위험, 외부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주목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치러질 선거에서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EU 의회선거가 시작됐다. 약 3억7300만명의 시민들이 무역과 규제 및 기후정책을 입안할 유럽 27개국의 EU의원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극우정당의 영향력 확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진다.
영국은 내달 4일 총선을 치른다.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노동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노동당 승리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노동당이 압승하면 부를 고르게 분배하기 위한 조세제도개편 등 진보적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노무라홀딩스는 5일 “투자자들은 노동당이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투표가 다가오면서 영국 파운드화는 다른 통화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로는 거의 3개월 만에 가장 강한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대결한다. 트럼프의 재선이 글로벌 무역전쟁을 격화시키고 채권시장을 흔들며 다른 통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케이맨 제도에 본사를 두고 2000만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펀드 ‘가우스 자프트라’ 설립자 마우리시오 호세 모우라는 “일부 주식투자자들은 트럼프 체제에서 번창할 미국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재생에너지 기업처럼 손해를 볼 기업은 공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우스 자프트라는 선거를 기반으로 한 베팅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다. 모우라는 “여론조사는 예측이 아니라 짤막한 정보일 뿐”이라며 “여론조사를 예측으로 취급하면 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아비바 인베스터스 글로벌 서비스’의 애널리스트 카르멘 알텐키르흐도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여론조사는 다트를 던지는 것만큼의 유용성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