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2·3’ 저작권 소송 “중국법 따라야”
대법,‘액토즈 30억원대 승소’ 파기 환송
“베른협약에 따라 중국법이 판단 기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의 전설 2·3’ 저작권을 두고 벌이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의 7년간 분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하급심으로 되돌아갔다. 중국 내 저작권 침해 여부는 ‘베른협약’에 따라 국내법이 아닌 중국 법률에 따라야 하는 만큼 국내법으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정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액토즈와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2’ 공동 저작권자로 된 것에서 출발한다. 같은 해 액토즈는 중국 회사인 ‘샨다’에 ‘미르의 전설2’의 중국 내 사용 등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한을 주는 약정을 맺었다.
이어 2002년 액토즈와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3’에 대해서도 공동 저작권자가 됐다. 다음 해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3’의 배타적 프로모션, 마케팅, 판매 등에 대한 권한을 중국 회사인 ‘광통’에 줬다.
문제는 지난 2004년 중국 회사 샨다가 액토즈를 인수한 뒤에 벌어지기 시작했다. 샨다가 미르의 전설 저작권을 다른 중국 회사에 넘기고 이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 등이 출시되자 이에 불만을 가진 위메이드도 2016년부터 또 다른 중국 회사들과 미르의 전설 저작권을 활용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 계약은 중국 회사들이 중국 내에서만 미르의 전설 저작권을 활용해 만화, 소설, 다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액토즈는 2017년 위메이드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 등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합의 없이 독자적으로 제3자가 모바일 게임 또는 웹 게임 개발 등에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1·2심 법원은 액토즈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위메이드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지만, 미리 합의된 비율에 따라 액토즈소프트에 사용료 2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쟁이 벌어진 곳이 주로 중국이었지만 액토즈와 위메이드 모두 국내 법인이고 저작권 침해 중지와 손해배상 역시 국내 법인을 상대로 진행된 것이라며 한국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저작물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 가입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베른협약은 ‘저작권에 대한 보호의 범위와 구제의 방법은 오로지 보호가 주장되는 국가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액토즈는 ‘중국 회사가 중국 내에서 미르의 전설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위메이드가 교사·방조해 저작재산권을 공동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베른협약에 따라 (권리 침해가 이뤄진 국가인) 중국의 법률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심이 한국법을 기준으로 판결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저작권 계약 중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 IP를 전 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서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는지 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