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위기 돌파구 찾는다
신경영 31주년 … 미국 방문 30여차례 일정, 젠슨 황 만나 HBM 협의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약 2주간 일정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라 고객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7일은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출장은 미국 동부에서 시작해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삼성전자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매일 분단위까지 나눠지는 빽빽한 일정 30여건을 6월 중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대형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 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가운데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업체다. 두 회사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2020년 7조9000억원 규모의 ‘5G를 포함한 네트워크 장비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같은 양사간 협력에는 이 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의 각별한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 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회동에는 삼성전자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회동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라고 함께한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여부를 확정지을 지 등에 주목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젠슨 황과 양사간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