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 보이콧 고심…‘특검 외통수’에 무력화될 판
민주 “오늘 본회의 열어 원구성” … 여, 국회 일정 거부 검토
야, 특검 재추진→거부권→재투표→여, 본회의 참석 불가피
여야의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민주당이 10일 오후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원구성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불참을 시작으로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거대야권이 단독으로라도 국회 문을 연 뒤 ‘무더기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 여당으로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여당의 국회 보이콧 전략이 야권의 ‘특검 외통수’에 뚫려 무력화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민주당은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처리할 예정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다”면서 “국회 원 구성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을 국회 의사과에 단독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주말내내 기다렸는데 여당은 국회법이 정한 시한에 상임위 선임안을 제출하지 않고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자기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은 이제부터 무노동 불법세력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국회는 이달 중에 대정부질의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은 9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고 결정한다고 하니 지켜보겠다”면서도 “국회의장 입장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요청한 10일 본회의 개최와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우선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국민의힘의 이후 입장을 본 뒤 7개 상임위원장 선출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내놓지 않으면 원구성을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민주당이 10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면 이를 보이콧한 뒤 여당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을 겨냥해 “의회 독재” “이재명 방탄”이라고 비판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9일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고,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특검 공세를 퍼부어 헌정 중단사태를 끌어나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계속되면 향후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보이콧 전략이 애당초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엿보인다.
여당이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면서 야당에게 ‘독주 프레임’을 씌우면 정치적 부담이 커진 야당이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민주당은 협상 대신 ‘특검 외통수’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단독으로 국회 문을 연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곧바로 추진할 태세다. 거대야권이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경우 여권 입장에서는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거부권 뒤 재투표에서 발생한다. 재투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면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야권 단독으로 대통령 거부권까지 뚫고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여당 입장에서는 특검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여권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 방탄이 지상과제인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절대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재투표를 부결시켜야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는 배수진을 칠 수가 없다. 사실상 야당이 던져준 떡고물(7개 상임위원장)을 받을지, 안 받을지 선택만 남은 고약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이명환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