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에너지차 확산…석유 소비 줄여
전기·수소차 외에 메탄올차에도 투자
말라카 해협 통한 원유 수입에 ‘부담’
에너지원 대체 및 공급망 다변화 꾀해
전기차 수소차 등 신재생에너지차량(NEV)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중국이 신에너지차의 급속한 확산으로 지난해 약 1700만톤의 석유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CNPC 경제기술연구소 석유시장연구장 왕리닝의 언급을 인용해 신에너지차는 2023년 약 1700만톤의 정제유 소비를 대체했다면서 중국 내 신에너지차 소유 비율이 전체 차량의 50%를 넘으면 연간 원유 수요가 최소 2억톤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탄탄한 전기차 산업을 구축한 중국이 수소차와 메탄올 자동차 확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에너지 전략과 관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3월 열린 한 공개 포럼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 비야디(BYD) 설립자인 왕촨푸는 중국 석유의 70%가 수입되고 있으며, 이 수입 석유의 70%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고, 70%가 자동차 산업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신에너지차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석탄은 풍부하지만 석유와 가스는 부족하다. 화석 연료 중 석유는 중국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이다. 중국은 매년 7억톤 이상의 원유를 소비하며, 이 중 70% 이상을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한다. 유조선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이지만 미국과 인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마뜩찮은 부분이다.
중국은 원유 소비를 줄임으로써 말라카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휘발유 차량을 신에너지차로 대체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신에너지차는 전기는 물론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심지어 태양 에너지 차까지도 포함될 수 있는데 중국은 여러 유형의 차량을 동시에 지원하는 포괄적인 개발 방식을 선택했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전기차, 수소차, 메탄올차 산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생산 및 판매는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 말까지 중국은 수소차 보유에서 세계 3위(1위 한국, 2위 미국)를 기록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메탄올 차량의 최대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하다.
중국은 다양한 에너지 차량 개발로 석유를 대체하는 동시에 공급원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중국의 5대 석유 수입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앙골라, 이란, 러시아, 수단이었다.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석유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늘렸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 석유 수입의 19%를 차지하는데 이는 2010년 6.4%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말레이시아도 호주산 원유보다 23.5% 저렴한 톤당 평균 521달러를 수입하는 주요 공급처가 됐다.
말라카 항로를 피하기 위해 중국-미얀마 송유관을 개설하는 등 새로운 운송 경로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국 내 생산도 늘리고 있다. 중국의 육상 석유 매장량은 38억톤이며, 해상 매장량은 250억톤이 넘는다. 2023년 해양 원유 생산량은 6200만톤으로, 전년 대비 340만톤 이상 늘었는데 이는 전국 원유 생산 증가량의 70% 수준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그룹에 따르면 해양 원유 생산량은 2045년까지 연간 7000만~8000만톤으로 증가해 2060년에는 전체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44억톤으로 추정되는 셰일 오일 매장량을 탐사하고 있다. 셰일 오일 생산량은 2008년 47만톤에서 2023년 400만톤 이상으로 15년 새 8배 증가하는 등 생산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최고의 석유 생산 도시는 다강 유전과 보하이 유전이 있는 톈진이며, 보하이 유전은 지난해 3400만톤의 원유를 생산해 해양 석유 매장량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