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동주택도 위기 경고음
대출 느는 와중에 가격 20% 하락
미국 아파트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인가. 아파트 등 미국 공동주택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9일 “전문가들은 채무불이행과 부동산압류가 치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래 전부터 내집마련은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단독주택 비중은 줄곧 하락세다. 여전히 민간주택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중이 2010년대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공동주택은 임대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기관투자자나 부동산신탁 등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신규주택 공급 계획 상당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0%대를 유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입안됐다. 사람이 붐비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교외를 찾는 이들이 많아 미국 남서부 15개주에 걸친 ‘선벨트(Sun Belt)’에 신축공사가 집중됐다. 하지만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올렸다.
미국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161만채의 주택이 건설중인데, 그중 아파트 비중은 60%에 달한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 전역 아파트 가격은 절정에 달했던 2022년 2분기 대비 20% 하락했다. 세인트루이스연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투자기업 ‘비거포켓츠’ CEO 스캇 트렌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아파트 소유주들이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중”이라며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시장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소유주들은 또 보험료와 유지비가 상승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주택 대상 보험료는 지난해 9% 상승했다.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집주인들은 임차인에게 보험비용을 전가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동주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2조2000억달러로, 전체 상업용부동산 대출의 약 60%다. 채무불이행 추세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모기지 보증기업 ‘프레디맥’에 따르면 공동주택 대출이자 연체 비율은 올해 1월 0.4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선임국장 줄리 솔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보면, 연체율 정점에서 2년이 지난 뒤 부동산시장 손실이 최대치에 달했다”고 말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각각 500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만기가 도래한다. 만약 대출을 받은 기업 등이 차환을 하지 못한다면, 헐값에 자산을 팔아야 한다. 부동산시장 전반에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채무 불이행이 급증하고 이를 설계한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촉발됐다”며 “미국 주택시장이 또 다른 금융위기를 겪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