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해결책 내놓을지 관심
12일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첫 회의 … 1년간 활동
위원장 권오곤 … 재판절차·인사제도 등 전반 검토
대법원장의 법률상 외부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10년 만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재판 지연’ 문제 등 사법부의 당면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11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3기 사법정책자문위원 명단과 심의 안건을 공개하고 12일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고 공지했다.
천 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자문위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7명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다. 위원장 1인을 포함해 대법원장이 위촉하는 각계각층 인사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을 맡았던 권오곤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가 맡는다.
김영화 한국일보 편집국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경춘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전원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현욱 ‘The 조은’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차병직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가 위촉됐다.
천 처장은 “자문기구의 성격 및 과거 전례에 따라 외부 위원으로만 구성했다”고 밝혔다.
심의 안건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가장 강조한 재판 지연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판결문 작성과 공판중심주의 운영을 적정하게 조정하고 민사 항소심 심리 모델과 감정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재판 절차를 손본다.
법원장·고법판사 보임, 법조일원화를 비롯해 법관과 법원 공무원 관련 인사 제도를 개선하고 재판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사법정책자문위는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한다. 활동 기간은 1년 이내이며 6개월 범위에서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1기 사법정책자문위는 2009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기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각각 활동했다.
앞서 천 처장은 지난 5월 30일 코트넷에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출범을 알리면서 “지난 4년여간 열정적으로 운영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사법부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나 제도화에 필요한 입법적 뒷받침이 무산된 상황에서 회의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도입하려 했다. 대법원장이 독점한 사법행정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한다는 취지였으나, 입법이 더뎌 임시 대안으로 대법원 규칙 개정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한 바 있다.
천 처장은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의 신뢰 지수가 하락하고, 민·형사사건 평균 처리 일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재판지연 상태가 갈수록 악화된 반면, 국가 예산에서 사법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43%에서 0.33%로 줄어들었다”며 “이러한 현실은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을 위한 사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함에 있어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오로지 국민을 위한 사법의 관점에서 지난 시절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 처장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된 것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와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 언론도 한목소리로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심지어 여야 정치권 모두 법관 증원의 필요성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며 “사법부와는 무관한 외부의 상황으로 인해 무산돼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판사 정원을 5년에 걸쳐 370명 늘리는 이른바 법관증원법은 2022년 12월 21일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후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본회의 통과를 하지 못하면서 결국 폐기됐다.
이에 천 처장은 “재판지연 문제의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을 위해서는 법관 증원 및 이를 통한 재판부 신설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대법원장 취임 후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관 증원의 당위성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 관계기관을 비롯해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22대 국회 초기에 반드시 법관 증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