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일부 “긴축완화 조건 점차 충족”
지난달 회의 의사록 공개, 다수는 긴축기조 유지
시장전문가, 연준 9월 인하하면 한은도 전환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일부가 긴축적 통화정책의 완화를 주문하는 주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다수의 금통위원은 지금의 긴축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빠르게 긴축 완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지난달 개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물가 측면에서는 긴축 완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로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전환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여전히 다수 위원은 당분간 긴축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거듭된 일시적 반등으로 목표 수준(2%)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물가의 목표 안착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기대 변화와 중동사태 등으로 상당폭 상승했다가 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등에 따른 환율 측면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앞으로 관련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4분기에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가 은행권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보고 한은도 뒤따라 갈 것으로 내다봤다. 심재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조기 금리인하는 어렵고,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이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익현 신한은행 투자솔루션부 셀장은 “미국 연준은 양호한 경기 등을 고려할 때 9월 정도 인하를 시작해 연내 두차례 정도 낮출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최근 성장률 개선 등으로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10~11월쯤 한차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