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이션과 싸움, 마지막 구간 들어서”

2024-06-12 13:00:50 게재

“천천히 서둘러야” …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사

정책전환 빠르면 7~8월, 늦어도 10~11월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와의 싸움이 막바지에 달했다며 올해 하반기 조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으로 인상한 이후 1년6개월째 장기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와 싸움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정책결정 과정에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천천히 서두른다’는 원칙도 강조해 정책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최근 물가상승세 둔화에 대한 진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7% 올라 4월(2.9%)에 이어 두달 연속 2%대에 머물렀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2.3~2.4%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2%까지 내려갔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 파산 및 부동산PF 문제 등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과 관련)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시장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기 정책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했지만 확연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하반기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지가 주목된다. 올해 한은 통화정책결정회의는 7월과 8월, 10월, 11월 등 모두 네차례 남겨두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미국 연준(Fed)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한은이 7~8월 정책전환의 문을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이 총재도 “(하반기 이후)국가별 정책운영 차별화로 각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빨라야 10월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미 연준이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내놓을 점도표 등에 따라 정책금리 인하시점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연준에 앞서 정책을 전환하는 데 따르는 위험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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