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시대, 산업데이터 연계가 경쟁력”

2024-06-13 13:00:23 게재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 공급망 추적관리, 개별기업엔 어려운 과제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전 산업을 아우르는 데이터 연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3일 ‘유럽·일본 차 산업데이터 연계동향과 우리의 방향’ 보고서에서 “전동화·서비스화·지능화가 진행되며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는 자동차산업은 특히 기업·산업간 데이터연계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빅블러는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산업데이터는 제품의 개발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생성·활용되는 모든 종류의 자료·정보를 의미한다. 그동안은 데이터 표준 차이 등으로 개별 기업에 저장된 채로 활용이 제한돼 왔다.

보고서는 “기업·국가간 경계를 넘어 산업데이터를 연계·활용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U위원회는 현재 80% 이상의 산업데이터가 연계·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이를 활용하면 2028년까지 2700억유로(약 400조6638억원)의 국내총생산(GDP)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기업·산업간 데이터 연계를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에 효율적 대응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주요 국가들은 기업에 자사 및 공급망 내 협력기업의 인권·환경 등 문제 관리·정보제출을 요구하지만 완성차 제조사 등 규제 대상 기업이 공급망 추적·관리를 자력으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은 2월 위구르족 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위반한 부품이 탑재됐다는 이유로 폭스바겐의 신차 수천대를 압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문제가 된 부품은 최하위단계 공급업체에서 간접 조달돼 위반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완성차 제조사의 공급망 추적과제는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기업·산업간 산업데이터 연계·활용을 위해서는 연계 플랫폼 등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데이터 플랫폼은 데이터 주권, 정보 기밀성 유지, 안전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산업데이터 연계 플랫폼은 이들 문제를 해결하고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유럽과 일본의 사례도 소개했다. 유럽은 민관이 협력해 산업데이터 연계 필요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을 대상으로 ‘까테나(Catena)-X’를 2021년부터 개발해 역내·외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Catena-X는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 속한 기업 간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4월 기준 17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4월 민관 협력으로 ‘우라노스 에코시스템'(Ouranos Ecosystem)을 구축해 Catena-X와 차·배터리 분야 데이터 상호연동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자국기업 데이터가 해외 데이터 센터에 유출되는 것은 예방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서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정부는 산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디지털 전환 지원, 스마트제조 혁신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업별로 목적 데이터구조 형식 등이 달라 자동차산업을 필두로 전산업 데이터 연계 기반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