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앱 살인’ 정유정 무기징역 확정
대법, 상고 기각 … “양형 부당하지 않다”
과외 앱을 통해 일면식 없는 여성에게 접근해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씨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3일 오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를 받는 정유정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A씨를 과외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학부모인 척 유인한 뒤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정씨는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했는데 혈흔이 묻은 여행 가방을 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해 범행이 발각됐다.
1심 과정에서 정씨는 재판부에 총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반성문에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조부모의 가정폭력 등 불우한 성장 환경과 양극성 정동장애 등 심신미약 주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잔혹하게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서도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유정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재범 위험성도 높다”며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양형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항소했다.
2심은 1심과 같은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전자장치 30년 부착 명령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20대의 젊은 여성을 살해했을 뿐 아니라 사체를 훼손, 유기하는 등 그 과정에서 잔혹성이 드러난다”며 “다른 살인 범죄에 비해 더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 범행에 관해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고, 공판 단계에서는 주로 형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에 관해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심은 물론 이 법원에 제출하고 있는 다수의 반성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평탄하지 못한 성장 과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며 “피고인이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고 개선이나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양형 취지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정씨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