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1호 법안이다 | 피의사실공표금지법
양부남 “무죄추정 원칙, 흔들려선 안돼”
사건관계인 보호 못 받아
기존 규칙 예외 대폭 축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민주당·광주 서구을·사진) 의원은 “수사기관이 법이 제한한 피의사실공표를 수시로 위반하면서 위법 수사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무죄추정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부남 의원은 12일 수사기관이 수사정보를 흘리는 피의사실공표에 제동을 거는 ‘피의사실공표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이 법은 공개범위를 넘어서 수사내용과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없이 유출된 고 이선균 배우와 같은 제2, 3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자는 취지에서 가칭 ‘이선균 방지법’으로 불린다. 양 의원은 “형법상 근거 없이 각 수사기관이 행정규칙(경찰청 훈령, 법무부 훈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훈령)으로 적용하는 기존 제도를 무효로 하고 특히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법안이 현실화되면 수사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보준칙을 적용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양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상에서 정한 위임범위를 초과해 형사사건 공개를 위한 규칙 등을 제정해 무분별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심지어 규칙을 어겨가며 수사내용과 개인의 사생활까지 언론에 유출하여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사회적 타살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 △범죄수사·공소유지 또는 검찰정책의 수립·운영에 참고될 사건 등도 피의사실공표 예외조항으로 포함되어 있어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이 마련한 새 법안은 경찰, 검찰, 공수처의 피의사실공표 예외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하여 이 법을 우선 적용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생명 및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경우만 공개할 수 있도록 예외사유와 공개 범위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각 수사기관이 형법을 위반해 피의사실공표의 예외사유를 행정규칙 등으로 정하는 하위법령 자체를 효력이 없게 만들었다. 법에 따라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사실 등이 공표, 유포, 누설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겠다는 뜻이다. 수사기관 별로 1인 이상의 전문공보관을 지정해 형사사건 공개업무를 수행토록 하면서 법을 위반한 경우 수사업무 종사자에 대한 직무감찰을 실시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와 함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 벌칙의 강도도 높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