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제암리 학살’ 전 세계에 알렸다”

2024-06-17 08:53:47 게재

프랑스 심포지엄 참석한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

“대한민국의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유사한 아픔의 역사를 지닌 도시들과 교류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이 지난 11일 프랑스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제암리 학살사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제암리 학살사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화성시의회 제공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은 16일 “최근 프랑스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을 직접 소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라두르는 80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프랑스의 작은마을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오라두르 대학살 8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로 김 의장이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심포지엄엔 화성시를 비롯해 튀니지 비제르테, 우크라이나 부차, 잉글랜드 코번트리, 일본 히로시마, 독일 크레펠트 등 11개국의 19개 도시가 초청됐다. 모두 전쟁과 학살 등 아픈 기억을 지닌 도시들이다.

김 의장은 현지시간으로 11일 열린 국제심포지엄의 첫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억의 전수: 왜 그리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 의장은 “학살에 관한 피해도시들의 증언 및 추모방법 등이 소개되면 전문가 제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며 “제암리 학살사건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 히로시마’ 사례를 영상으로 본 참석자들에게 김 의장이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했고 일제강점기 3.1만세 운동의 상징적 사건이 바로 ‘4.15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아시아에선 우리나라와 일본만 피해사례로 초청됐는데 우리에겐 일본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전하니 ‘정말 그러냐’며 새롭게 안 사실이란 반응이었다”며 “우리가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선 일본이 피해자로만 인식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과 김경희(오늘쪽) 화성시의장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과 김경희(오늘쪽) 화성시의장, 김미영(왼쪽) 시의회 교육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오라두르 대학살 80주년 행사 후 리셉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화성시의회 제공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이번 오라두르 방문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폭격당한 마을 현장을 80년 넘게 그대로 보존하며 마을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김 의장은 “우리는 보기 안 좋다고 새로 재건하기 바쁜데 오라두르는 학살현장을 보존하려고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마련해 주민들을 이전시켰다”며 “몇십, 몇백년이 지난 후 후손에게 보여줄 살아있는 역사현장의 중요한 가치를 우리는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노력 때문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80주년을 맞아 이 마을을 찾았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직접 찾아와 사과했다”며 “80년 전 학살을 사과하는 독일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주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마지막으로 “작은 마을단위 행사가 전 세계에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며 “우리도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국제교류를 통해 일본의 침략과 만행, 사과하지 않는 현재 모습 등을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4·15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 4월 15일 일본군이 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당시 수원군 향남면) 주민 23명, 인근 고주리 독립운동가 일가 6명 등 모두 29명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운 사건이다. 당시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만세 운동이 화성지역에서도 이어지자 일본군이 보복에 나선 것이었다. 화성시는 당시 희생된 28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2001년부터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운영해 왔으며 올해 4월 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