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 견미리씨 남편 ‘유죄’
1심 징역형, 2심 무죄 … 대법, 파기환송
“중요사항인 자금출처 거짓 기재 법 위반”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견미리씨의 남편에 대해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견미리씨의 남편 A씨, A씨와 회사를 공동 운영한 B씨 등 4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전직 코스닥 상장사 이사인 A씨는 이 회사 대표인 B씨와 공모해 2014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회사 주가를 부풀려 주식을 고가에 매각해 23억7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회사는 2015년 3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당시 회사 대표 B씨와 견미리씨가 각각 자기 돈 6억원을 들여 신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B씨는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취득자금을 마련했고, 견미리는 6억원 중 2억5000만원을 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에도 B씨와 견미리는 각각 15억원을 차입해 전환사채를 취득했는데 사측은 이들이 자기 자금으로 전환사채를 샀다고 공시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처럼 주식과 전환사채 취득자금의 조성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공시한 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자본시장법 178조 1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에 있어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중요사항에 대해 거짓 기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위법한 허위 공시에 관여한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5억원을, B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공범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었고 A씨도 15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했다”며 “주식시장에서의 부정 거래행위는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혀 시장 신뢰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심은 B씨와 견씨의 주식·전환사채 취득자금 조성 경위에 관한 공시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의 판단 기준인 ‘중요 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유상증자 시 배정대상자로 공시된 사람을 그대로 공시한 것은 그 자체가 적법한 것이었고, 주식인수 일부 차용금을 예·적금처럼 공시한 것은 허위공시는 맞지만 실제 주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중국 측에서 자금투자 유치했다는 부분은 중국 측이 안 하겠다고 의사를 변경한 것이고, 이 자체로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대량보유보고서 중 ‘취득자금 조성경위’에 관한 기재 부분은 회사의 재산·경영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발행 주식의 공정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거짓으로 기재된 주식이 총주식의 1.56%에 이르고, 이는 변동 보고의무 발생 기준이 되는 1%를 초과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계 자본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허위 공시한 부분에 대해 “회사의 주가 하락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던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불분명한 상태인데도 마치 중국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이를 통한 새로운 사업 개시가 예정된 것과 같은 외관만을 형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