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양형기준 강화한다
양형위, 동물 살해·상해범 양형기준 설정
공공장소·위력 추행 등 성범죄 양형도 마련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동물학대 사건 발생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동물학대범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롭게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와 상해를 입히는 범죄, 각 행위의 상습범을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의 설정범위에 포함시키고, 그 유형을 분류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7일 오후 4시 제132차 회의를 열고 동물학대범죄의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일선 법관이 선고형을 판결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양형위가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마련에 나서는 것은 동물학대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제정됐다. 이후 반려동물 급증에 따라 동물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세부 조항이 매해 추가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처벌 수위도 강해졌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과 제97조 제1항에 따르면, 학대를 통해 동물을 죽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동물학대 건에 대한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1심이 선고된 82건 중 벌금형은 46건으로 전체의 약 56%를 차지했다. 이 외에 징역형 집행유예는 14건(17%), 실형은 5건(6%)에 불과했다.
양형위는 이번 논의를 통해 내년 4월까지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동물학대 사건 발생 빈도 증가와 함께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이 접수한 건수는 2010년 69건이었으나, 2021년 1072건, 2022년 1237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형위는 “동물학대 등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 발생 사건수의 증가 및 각계의 양형기준 신설 요청 등을 종합해 양형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동물학대 등 범죄 중 행위 유형, 피해정도, 법정형과 죄질 등을 고려해 범죄 설정대상을 선정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인정되고 발생빈도가 높은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범죄 △위 각 행위의 상습범에 대해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범죄, 피보호·피감독자에 의한 추행·간음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오는 11월 양형위원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위반범죄 양형기준 설정안을 심의 확정할 예정이며, 내년 1월에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심의 및 확정, 각 양형기준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편 양형위는 다음 회의를 오는 8월 12일 열고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하고 확정할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