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착하는 북러, 우려하는 한미

2024-06-19 13:00:01 게재

19일 정상회담서 관계 격상 예상 …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강화 예의주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북한 평양 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24년 만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찾은 것을 계기로 북러는 한층 밀착했고, 한미는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새벽 평양 순안 공항에서 9개월 만에 다시 만나 두 번 포옹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은 다음날 새벽에 도착했지만 김 위원장은 미리 공항에 영접하러 나와 푸틴 대통령이 비행기 밖으로 나올 때까지 ‘혼자’ 뒷짐을 지고 기다렸다.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최고의 신뢰 표시’였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두 정상은 19일 오후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국가 간 파트너십에 붙이는 명칭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맹관계 순으로 파트너십 강도가 세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대외 관계 수준은 크게 선린우호관계→협력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전략 동맹으로 나뉘는 데 북러는 2000년 2월 ‘친선 및 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24년 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크게 격상하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면 장기적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과 관계 격상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깊은 우려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홍균 제1차관과 중국의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개최한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자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특히 한국 측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오물 풍선 살포 및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일련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러북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회의에 앞서 중국측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중국 측은 러북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 방북과 관련 “우리는 면밀하게 지켜보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나라도 푸틴의 침략 전쟁을 돕는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이것은 우리가 한동안 경고해 왔던 사안”이라면서 “북한의 대 러시아 무기 제공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인하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북한간 협력 심화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나, 글로벌 비확산 체제 수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해야 할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기술 등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이것(북러 협력)은 양방향”이라면서 “그것도 우리가 분명히 우려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러가 정상회담 계기에 자동 군사개입 내용이 포함된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러간 구체적인 협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역내 안정과 안보를 증진하는 것과 동맹국인 한국 및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노력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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