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여성에 낙태약 먹인 유부남 징역형
징역 1년 2개월 확정
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채 7년간 교제한 여성에게 강제로 임신을 중단(낙태)시킨 3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동의낙태·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 B씨를 속여 두 번 임신을 중단시키고, 불륜 사실이 들통나자 교제 기간 촬영한 여성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4년경부터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B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2020년 9월 B씨가 임신하자, B씨를 설득해 낙태하게 했다. B씨가 2021년 6월 다시 임신하자 A씨는 재차 임신 중단을 권유했다. B씨가 거절하자 임신 중단용 약물을 임신부에게 필요한 영양제인 엽산인 것처럼 속여 먹게 해 아이를 잃게 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2월 결혼하기로 했으나, A씨는 결혼식 이틀 전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해 식을 취소시켰다. 이때야 B씨는 A씨가 유부남이고 자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불륜을 소문낼까 두려워 만나달라고 요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하자 “나한테 너무 많은 사진과 영상이 남아있다”며 마치 민감한 사진 등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더 이상의 피해를 멈출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무책임한 선택을 반복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징역 1년 2개월로 감형했다. A씨가 선고 직전 법원에 1500만원을 공탁했고 초범인 점이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됐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부동의낙태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