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한쪽 침략당하면 상호지원”
미국 등 서방 우려 목소리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일대일 회담을 마친 뒤 협정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방어적인 입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협정체결에 대해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선언하면서 동맹관계 복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맹’을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 표현이나 뉘앙스가 다른 만큼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북러관계가 한층 더 밀착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심화는 크게 우려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러가 냉전시기 안전보장을 갱신했다며 한미일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조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국가의 양자 일정”이라고만 밝혀 과도한 해석을 피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