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남아 최초 동성결혼 허용법 통과
‘남녀’→‘두 개인’ 결합 변경
왕실 승인 거쳐 10월쯤 발효
태국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된다.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으로 불리는 ‘결혼평등법’이 태국 하원에 이어 18일(현지시간) 상원까지 통과했다. 태국 상원은 이날 ‘결혼평등법’을 재적 의원 152명 중 130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했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4표, 18표였다.
앞서 하원은 지난 3월 이 법안을 가결해 상원으로 넘겼다. 아직 내각과 왕실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는 형식적 과정에 가깝다. 법안은 왕실 관보에 게재된 후 120일 후 발효된다. 이에 따라 동성 결혼 허용을 기다려 온 태국 성소수자들은 이르면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국의 동성결혼 허용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2019년 대만, 2023년 네팔에 이어 세 번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개국이 동성 결혼을 허용한다.
새 법안은 기존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라는 표현을 ‘두 개인’, ‘배우자’ 등 성 중립적 용어로 바꿔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 다른 권리도 이성 부부와 동일하게 부여한다.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입장을 밝혀온 세타 타위신 총리는 이날 정부청사에서 축하 행사를 열었고, 활동가와 성소수자 등은 거리를 행진하며 역사적인 날을 기렸다.
진보정당 전진당(MFP)의 탄왓 까몬웡왓 의원은 “태국 국민의 승리”라며 말했고, 인권단체들도 “정의와 인권의 승리”라고 환영을 표했다.
태국 정부는 세계적인 성소수자 축제인 ‘월드 프라이드’ 2028년 개최를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 성소수자 관광객 유치에도 나설 예정이다.
태국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적으며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는 성소수자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태국에서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은 2001년 발의됐으나,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와 정치권 다수가 반대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집권하던 2019년 다시 제출된 법안은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의회가 해산되면서 폐기됐다.
그러다가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된 하원이 지난해 12월 정부와 전진당, 민주당, 시민단체 등이 각각 제안한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 초안을 승인했고, 지난 3월 통합 법안을 처리했다.
CNN은 “미얀마, 브루나이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편견, 심지어 폭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국은 예외적”이라며 “동남아시아에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