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음란물 소지죄 가중처벌시 ‘판매 목적’ 입증해야”
대법, 단순 소지죄만 인정 … 징역 8개월 확정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자에게 단순 소지죄 보다 무거운 처벌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판매하거나 배포할 목적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소지 혐의를 받은 사회복무요원 A씨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121개를 자신의 휴대폰 등에 보관한 혐의를 받았다. 또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문화상품권을 보내주면 성착취물을 판매할 것처럼 속여 ‘먹튀’한 혐의였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55차례에 걸쳐 6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받아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에게 청소년성보호법의 처벌조항 중 무엇을 적용할지였다.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A씨에게 적용된 옛 청소년성보호법 11조 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했다.
반면 같은 조 5항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단순 소지와 목적성 소지의 형량을 달리 정한 것이다.
1심은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영리·배포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를 인정했다.
2심에선 징역 8개월 실형으로 감형이 이뤄졌다. 처벌 수위가 더 낮은 조항이 적용된 결과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A씨가 ‘배포 목적’으로 음란물을 소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 소지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성착취물을 판매할 것처럼 속여 보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넘어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옛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한 ‘이를 목적으로’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청소년성보호법은 2020년 6월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돼 현재는 11조 2항을 어기면 5년 이상의 징역, 11조 5항을 어기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