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만 리튬사업장 88곳

2024-06-25 13:00:02 게재

안전기준 없는 일반화학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시급

24일 경기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난 불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리튬 전지의 화재 위험성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일차전지는 화재 위험성이 작은 것으로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사고가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참사로 기록되면서 일차전지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 강화 등 재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관리 사각지대 방치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성 화재현장 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화성 연합뉴스

25일 소방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화재가 발생한 아라셀 공장에서 보유하던 리튬전지는 대부분 한번 사용된 뒤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화재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리튬 역시 그 자체로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아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 고체 리튬은 순 산소와 결합해도 상온에서 발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튬은 반응성이 큰 금속이어서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전지에서 시작된 불이 다른 전지로 옮겨 붙으면서 연쇄 폭발했고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졌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에는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 중이었다.

문제는 리튬 등 전지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방수를 분사하는 일반적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백색 섬광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며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000도 이상의 고온을 보여 매우 위험하다. 이번 화재에서는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극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사용했지만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물이 아닌 마른 모래와 팽창질소로 진화해야 한다.

게다가 불이 나면 불길이 거세고 다량의 가스가 발생해 소방인력의 진입도 어렵게 만든다. 이번 화재사고도 초기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으며 폭발도 연달아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지고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다.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재 경기도에만 리튬 관련 사업장이 88곳, 유해화학물질사업장은 5934곳이나 소재하고 있어 재발방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와 관련 “유사사업장은 물론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리튬전지 사업장의 문제점을 정밀 점검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24일 화재현장을 찾아 남화영 경기소방청장에게 상황을 보고받고 “건전지와 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화재는 기존의 소화기나 소화전으로 진화가 어렵다”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화재 조기 진화를 위한 종합적 대책을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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