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으로 첨단 산업기술 선도

2024-06-25 13:00:01 게재

장비 사고, 시설 만들어

중소·중견기업 공동 사용

7월 16일까지 과제 공고

#우리나라 해군 광개토대왕함은 1998년 실전 배치된 이후 20년이 훌쩍 지난 3200톤급 구축함이다. 오랜 세월로 마모된 부품은 교체를 해야 하지만 주문생산방식으로 부품을 받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즉각 조치하기 어려웠다.

3D프린팅 기술로 광개토대왕함의 손상된 부품을 재생하는 모습. 사진 산업기술진흥원 제공

하지만 지난해 디젤 엔진의 감속기 역할을 하는 부품이 손상됐을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 생산기술연구원에서 3D프린팅으로 산업용 부품을 신속히 제조하는 기술과 해당 부품으로 실증까지 지원하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 몇 달 걸렸을 수리기간도 7일로 단축시켰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수리에 활용된 기술을 3D 프린팅 관련 스타트업에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스타트업 L사는 이용자의 손톱을 찍은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건강·영양상태를 알려주는 기기를 개발했다. 이런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규모 생체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L사는 제주테크노파크가 만든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에 힘입어 제품을 제작했고, 이 제품으로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혁신상도 수상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구축하기 힘들지만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에 필수적인 연구개발 인프라(장비·시설)를 비영리 연구기관(대학·연구소)에 구축하고, 기업들이 필요할 때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광개토대왕함의 부품 수리와 L사의 손톱 촬영 기기는 공공 연구기관이 구축해 놓은 연구 장비와 기업 지원 인프라의 혜택을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다. 플라스틱의 토양 기반 생분해도 시험 평가, 차량용 전력 반도체 부품에 대한 성능 평가 등 지금껏 100% 해외 기관에 의존했던 연구들도 공공 연구기관에 마련된 공동 활용 연구 인프라 덕분에 국내에서 가능해졌다.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신속한 기술 개발과 제품 혁신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인프라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모든 장비를 자체적으로 구비해 연구개발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의 경우 기업은 인프라만 빌려쓰는 게 아니라 연구기관 전문가를 활용한 실험결과 해석, 기술애로 해결, 시제품 제작 등 사업화에 필요한 각종 기업지원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기술 기반 조성을 통해 개별 기업이 연구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주는 셈이다.

손톱을 찍어 건강 상태를 파악해주는 L사 기기. 사진 산업기술진흥원 제공

KIAT에 따르면 기업 지원을 위해 구축·운영되는 공동활용 연구장비는 약 7600개다. 올해도 1300개 이상의 장비가 추가로 도입된다. 이를 위해 약 48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KIAT는 기술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의 2024년도 신규과제 2차 공고를 7월 16일까지 진행한다. 미래기술 선도형 5개, 현장수요 대응형 13개 등 총 18개 신규 과제를 대상으로 수행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민병주 KIAT 원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기반 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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