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방산’ 유럽 찍고 미국 본토까지 노린다

2024-06-28 13:00:01 게재

매출도 수익도 역대급 … 올해 사상 첫 200억달러 수출 전망

국방부가 공식 온라인 채널을 통해 K방산을 소개하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가 공식 온라인 채널을 통해 K방산을 소개하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안보위기 속에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국제무대 진출 성과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매출도 수익도 역대급을 기록하며 이른바 'K방산'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2023~2032년) 전 세계 국방예산은 기존 전망치보다 2조달러(약 2600조원), 무기 획득예산은 6000억달러(약 780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특히 국제 방산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한국에는 절호의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 방산 기업들의 2024~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80~280% 수준이지만 한국 방산 업계는 140~460%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한국 업체들은 최근 5년 동안 177%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5년'K방산' 수출 실적은 2019년 25억달러(약 3조4763억원), 2020년 30억달러(약 4조1715억원), 2021년 73억달러(약 10조1507억원), 2022년 173억달러(약 24조557억원)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35억달러(약 18조7718억원)로 다소 감소했지만, 올해는 다시 유럽 중동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며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대상국도 지난해 12개국으로 전년 대비 8개국이 더 늘었고, 해외로 수출하는 무기체계도 12개 품목으로 전년대비(6개) 두 배 늘었다.

이를 디딤돌 삼아 올해는 사상 첫 200억달러(약 27조 8100억원)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폴란드 페루 등 6개국과 수출 계약이 완료됐고, 남은 기간 총 15개국 이상에 무기체계를 수출해 2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를 방문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안젤 틀버르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한국산 K-9 자주포 등을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계약 금액은 9억2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이다.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까지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유럽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신 장관은 루마니아에 이어 20일에는 폴란드 국방부 청사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제2차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를 열고 총 43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체결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2차 이행계약을 올해 9월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폴란드에는 국산 K2 ‘흑표’ 전차 추가 수출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에 K2 전차 1000대를 납품한다는 기본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180대에 대해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820대에 대한 구체적인 납품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최근 추가 납품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또 슬로바키아의 신형 전차 도입 사업에서도 미국 독일 등과 함께 K2 전차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한국, 일본과 각각 안보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고위 당국자는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환경 변화를 지목하면서 “한국, 일본과 한층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 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방산시장에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다목적 전투기 ‘FA-50’의 미국 수출 기대감이 높다. KAI는 록히드마틴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개발 중인 FA-50 경공격기의 개량형 ‘TF-50’을 앞세워 미국 해군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또 LIG넥스원은 지난해 미국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한 후 현재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유도로켓 ‘비궁’도 다음 달 미 국방부 최종 성능 평가(FCT)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방산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그동안 넘볼수 없는 시장으로 여겨지던 유럽과 미국까지 노릴수 있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방위산업 특성상 자칫 원치 않는 외교안보 프레임에 끌려 들어갈 수도 있고, 수주실적 등 외형에만 급급하면 자칫 내실이 부족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