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관 후보 노경필·박영재·이숙연
조희대 대법원장, 윤 대통령에 임명제청 … 중도·보수 위주 변화 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새 대법관 후보자로 노경필 수원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 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22기), 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26기)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의 후임이다. 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 등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법원은 27일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재판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법률 지식과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등을 두루 겸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경필 부장판사는 광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후 약 27년 동안 서울·수원·광주·대전 등 전국 각지 여러 법원에서 민사, 형사, 행정 등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한 정통 법관이라는 평이다.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헌법·행정 사건을 맡았고 수원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노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시절 은수미 전 성남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 검찰 구형(벌금 150만원)보다 높은 벌금 300만원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다만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돼 벌금 90만원이 확정됐다.
박영재 부장판사는 배정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처음 법복을 입었다.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재판했고 2009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로 일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때 법원행정처 인사담당관·기획총괄심의관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하는 등 사법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재판연구원 증원, 형사전자소송시스템·미래등기시스템 구축, 소권 남용 대응 방안 마련,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 도입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숙연 고법판사는 여의도여고와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용됐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정보화심의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등을 거쳤다. 이 고법판사는 현재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 전산학부 겸직 교수로 일하는 등 정보통신기술과 지식재산권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된 노경필·박영재·이숙연 판사가 국회 문턱을 넘어 임명되면 ‘조희대 대법원’은 보수·중도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로 분류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제외한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의 대법관이 보수 2(이동원·오석준 대법관), 중도 5(노태악·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진보 5(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 대법관)로 분류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에 제청된 대법관이 두 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을 대체하면 중도·보수 10명, 진보 3명으로 재편된다.
한편 대법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하고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그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