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론’ 가족모임서 묘수찾나
TV토론 후폭풍속 캠프 데이비드행 … 주요 언론·고액후원자 사퇴 압박 잇따라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6월 29일(현지시간)부터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고 있어 향후 거취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록 일정 자체는 오래전에 계획된 것이지만 이번 토론을 기점으로 분출한 사퇴론을 포함해 그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TV 토론 후 언론 반응이 가장 격하다. 6월 27일 첫 TV 토론 이후 후보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은 30일에도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의 핵심 측근들이 인의 장막을 드리우고 있어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바이든 대통령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며 이들 상당수가 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특히 질 여사와 그 측근인 낸서니 버널, 애니 토마시니 부실장 등이 바이든 대통령 주변을 차단해 백악관 상주 직원들조차 정확한 바이든 대통령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 백악관 사진 부국장으로 근무했던 챈들러 웨스트는 소셜미디어에 “그들은 바이든이 감기에 걸렸을 뿐이고 ‘안 좋은 밤’을 겪었다고 하지만, 그들 모두는 몇 달 내내 ‘조가 몇 년 전처럼 강하지 않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물러날 때”라고 직격했다.
CNN 방송은 민주당의 막후에서 핵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억만장자 후원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빨리 결단을 내려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것이 더 큰 자기 파괴적 행위라는 우려, 당 차원에서 여파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크게 3가지의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오랜 지지자인 소설가 제이 파리니는 CNN 방송에 출연해 “당신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면서 “나라와 당을 위해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역시 방송에 출연해 지난 토론을 ‘정치적 수소폭탄’으로 지칭하며 후보 교체 요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 후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부진으로 함께 치러지는 나머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오랜 우군과 의원들 상당수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 ‘흔들기’는 결과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만 굳혀주는 꼴이라며 사퇴론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고령인 펠로시 전 의장은 CNN과 MSNBC 등에 잇달아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 교체론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조지아주)도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연히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가 무슨 일을 할 것이냐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도 CNN에 출연해 “좋지 않은 토론이었다. 준비에 과부하가 걸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출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당내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제이미 해리슨 의장과 바이든 캠프 매니저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29일 전국위원회 위원 수십명과 통화했다.
이 통화에 응한 복수의 민주당 전국위 위원들은 ‘심각한 곤경에 처한 상황을 무시할 것을 요구받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콜로라도주에서 선출된 민주당 전국위 위원인 조 살라자르는 “상황 타개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논의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가스라이팅(정신적으로 조종하는 것) 당했다”고 AP에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선 캠프는 TV토론(27일 밤) 이후 3300만 달러(약 455억원)를 모금했으며, 그 중 2600만 달러(약 359억원)가 일반 대중의 기부였다고 30일 밝혔다. 사퇴압력과 대중들의 정서가 다르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민심은 차갑게 식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방송사 CBS가 유고브와 함께 TV토론 후인 28~29일 전국 등록 유권자 113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4.2%p)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응답을 압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민주당 당원 중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이 54%로 ‘출마 반대’(46%)보다 많긴 했지만, 출마 찬성이 반대를 64%대 36%로 크게 압도했던 2월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