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법, 트럼프 대선뒤집기 혐의 면책

2024-07-02 13:00:07 게재

트럼프 “헌법과 민주주의 큰 승리” … 바이든 “대법원 결정은 법치 훼손”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월 2일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겼다. 재판은 11월 대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이는 미국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단이 나온 직후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며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대법원 결정은 법치를 훼손했다”며 “내 전임자는 4년전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중단하기 위해 미 의회에 폭도들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 결정은 미국인들이 해야 할 것”이라며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서도 “오늘 판결로 달라지는 사실은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에서 진 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폭도들을 부추겼다”라고 주장했다. 완전히 상반된 반응이다.

연방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의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으나 사적(un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6대3’으로 결정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과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의 견해가 완전히 갈렸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결정적이고 배타적인 헌법적 권한 안에서 이뤄진 행동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형사 기소로부터 절대적인 면제를 받는다”면서 “최소한 전직 대통령의 모든 공적인 행동들은 면책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추정되나 사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없다”고 밝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는 권력분립의 헌법적 구조하에서 대통령 권한의 속성은 전직 대통령이 그의 재임 중 공적 행동에 대한 형사기소로부터 일부 면책특권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소한 대통령의 핵심적 헌법적 권한의 행사에 관해 면책특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면서 “그의 다른 공적 행동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부여받는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4개 범주 가운데 법무부 당국자들과 대선 후 진행한 각종 논의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면책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한 혐의 △허위 친(親) 트럼프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한 역할 △1.6 사태(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2021년 1월6일 의회 난입사태) 관련 행동이 면책특권 적용 사안인지 여부는 하급 법원의 판단을 요구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범위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에 대한 재판 및 판결이 내려지기는 어렵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일부터 하계 휴정기를 갖고 10월 첫째 주에 재개정하기 때문에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측이 항고하면 대법원 최종 판단은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 더구나 면책특권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대선 전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기소된 사건 본안 재판이 대선 전에 시작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내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공소 취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작년 8월 자신을 기소하자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면책특권 대상이라며 법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을 기각했다.

이를 대법원이 재임 중 공적인 행위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도 면책특권이 있다며 1, 2심과 사실상 다른 판단을 함에 따라 하급법원이 다시 이런 원칙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 어떻게 적용할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법원 결정이 전직 대통령 재임 중 행위에 대한 형사적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결정의 영향이 다른 재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판결 직후부터 수차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일각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판결”이라면서 환영했다.

또 “대법원이 (면책특권 결정으로) 나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완전히 제거했다”면서 “부패한 조 바이든의 정적인 나에 대한 불공정한 공격으로 사용된 바이든 재판과 날조의 악취를 없앨 것이다. 많은 가짜 재판은 없어지거나 시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역사적인 결정으로 나에 대한 모든 부패한 조 바이든의 마녀사냥을 끝내야 한다”면서 “조 바이든은 이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도 “대법원 판결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부패한 검사와 DC의 판사는 법률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초과 근무를 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행위에 대한 면책 여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 중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2건)와 퇴임 후 기밀자료 보관 건에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미 뉴욕 법원에서 1심 유죄 평결이 내려진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관련 회사 서류 조작 건은 행위 시점이 대통령 취임 전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형량 선고는 오는 11일 이뤄질 예정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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