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태평양 ‘녹색해운’ 각축
미국 가는 뱃길 탈탄소 추진 … 해수부, 국무회의 보고
2050년 국제해운에서 탈탄소를 달성하겠다는 국제해사기구(IMO) 시간표에 맞춰 각 국가들과 해운·조선 부문 기업들의 주도권 각축이 치열하다. 한국 중국 일본도 미국으로 가는 태평양 항로에 탈탄소 해운을 구현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국제해운 탈탄소화를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2022년부터 준비한 한·미 녹색해운항로에 2027년부터 선박을 투입·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 44개 녹색해운항로 준비 중 =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s)는 해상운송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항로다.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거나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저장해야 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탄소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해운·조선 산업을 주도하려는 국가의 주요 핵심 정책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2050년 즈음(by or around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보다 50% 감축하기로 했던 기존 목표를 상향했다. 또 2030년까지 최소 20%(30%까지 노력)를,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를 감축하기로 했다.
국내외 해운·조선산업은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해수부는 “국내 조선소 수주 선박의 78% 이상이 친환경선박으로 건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해사포럼((Global Maritime Forum)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녹색해운항로 연례보고서에서 로테르담 상하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세계 44개 항로에서 녹색해운항로를 만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44개 항로 중 한국과 미국을 연결한 항로는 1개(부산~시애틀·타코마), 일본과 미국은 3개(오클랜드~요코하마, 로스앤젤레스(LA)~나고야, LA~요코하마), 중국과 미국은 2개(LA~광저우, LA·롱비치(LB)~상하이) 항로가 포함돼 있다.
특히 LA·LB~상하이항을 잇는 항로는 물동량 이동이 많은 글로벌 중심 항로 중 하나로 미·중 양국은 2025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선박을 운항에 투입하겠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 프랑스 선사 CMA CGM, 중국 코스코, 덴마크 머스크, 일본 ONE, 대만 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이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탈탄소에 협력하겠다며 모인 세계 100여 도시의 협력체(C40 City)도 LA·LB~상하이 녹색항로 개발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C40 City’에는 미국의 LA 뉴욕 등 14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13개 도시가 포함됐다. 유럽연합은 독일(2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2개) 덴마크 스페인(2개) 이탈리아 등 15개국의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서울)과 일본(도쿄 요코하마)도 참여했다.
◆“해운·조선산업 새로운 성장동력” = 정부는 국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개최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APEC)에서 “대한민국의 친환경 해운 솔루션을 바탕으로 지구 각지의 녹색항로를 연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는 이를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네 가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한·미 양국 정부 간 협력을 통해 태평양 횡단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한다. 정부는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미 녹색해운항로 구축 협력을 발표한 후, 부산·울산항과 미국 시애틀·타코마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항로와 자동차운반선 항로를 ‘예비 녹색해운항로’로 선정한 바 있다.
올해는 이 두 개 항로에 대한 기술·제도·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통해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친환경 연료공급 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사업과 민·관 합동 실증을 추진해 2027년부터 녹색해운항로를 운영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컨테이너 선박 한 척이 부산항과 시애틀항 사이를 1년 동안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무탄소연료로 운항하면 자동차 3만2000여대의 연간 탄소배출량에 상당하는 탄소를 줄일 것으로 예측했다. 6월 기준 부산항과 미 북서부 항만(시애틀항 등) 사이에는 8개 정기노선에 50여척 선박이 운항 중이다.
해수부는 또 호주 싱가포르 덴마크 등 주요 해운국과 녹색해운항로를 확대·연계하기로 했다.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기반을 만드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친환경선박 전환과 녹색해운항로 시범운항에 맞춰 그린 메탄올, 그린 암모니아 등 친환경연료 공급·실증을 추진하고 안정적 공급망 조성을 위해 표준화된 공급 절차와 안전 지침 등을 마련하는 게 주요 과제다.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국제해운 탈탄소화 방법을 제공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한국형 녹색해운항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도 집중하기로 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녹색해운항로는 범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이행수단이자 글로벌 해운시장 재편의 열쇠”라며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응과 함께 우리나라 해운·조선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녹색해운항로를 촘촘하게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