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향방, 미 대선에 달렸다”

2024-07-02 13:00:35 게재

UC버클리 배리 아이켄그린

민주당 재집권시 달러 약세

트럼프 재선시 달러 강세

달러의 운명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좌우된다. 이는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 단지 방향에 대해 의견이 다를 뿐이다.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은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민주당 재집권시 달러 약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 재선 성공시 예측이 어렵다. 달러 약세를 꾀하겠지만 강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이켄그린에 따르면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엔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다. 달러는 최근 수년 간 강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한 재정부양책을 쓰는 한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재정 완화와 통화 긴축의 결합은 경제학교과서에 나온 대로 강달러 레시피였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막대하고 공공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또는 다른 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재정운용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면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 제한, 기준금리 인하의 결합은 2기 바이든정부에서 달러 약세의 조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바이든정부는 러시아를 금융제재하는 달러 무기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들과 신중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덕분에 달러 급락을 초래하는 달러자산 다각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동맹국과의 협력은 제재대상 국가들이 달리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재선이 달러에 미칠 영향은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과거의 상황에 기반해 추론하려는 시도가 있다. 올해 초 씨티그룹은 2016년 트럼프 깜짝 당선으로 달러 가치가 약 5% 상승했고, 2020년 패배하면서 비슷한 규모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의 재선 성공은 달러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기업, 부자에 대한 세금감면을 확대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적자나 부채에 비판적일 가능성은 적다. 바이든정부 때처럼 재정확장은 달러가치에 긍정적일 수 있다.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도 강세 요인이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린다. 소비자들은 미국산 소비를 늘리고 이는 물가를 상승시킨다. 연준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달러 가치를 높인다. 강달러가 수입품 가격을 다시 낮추면서 연준이 디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걸 돕는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하지만 다른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도 있다”며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공언하는 트럼프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도록 연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달러 가치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참모들은 이미 연준의 법적지위와 임무,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기한 바 있다. 어느 경우든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끝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고분고분한 인물을 앉힐 수 있다. 그는 2018년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에 임명한 게 ‘실수’였다고 한탄한 바 있다.

게다가 영향력 있는 트럼프 참모들이 달러 약세를 꾀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들은 트럼프 1기 관세 부과로 획득한 무역수지 균형이 강달러로 무너졌다고 믿는다. 그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달러 대비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국가들을 제재할 가능성이 높다.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무역상대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들이 내놓는 또 다른 아이디어는 해외의 미국자산 매입에 세금을 부과해 수요를 약화시키자는 것이다. 달러강세를 막기 위해서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목표에서 나왔다. 하지만 효과는 의심스럽다는 게 아이켄그린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단념시키려 외국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경제의 경쟁력은 상승하지 못할 것이다. 달러 대비 환율이 높은 국가들에게 추가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달러를 강세로 이끄는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하지만 효과가 의심스럽든 아니든, 트럼프 당선시 이같은 조치들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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