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급’ 임금성 판단여부 관심

2024-07-02 13:00:42 게재

창원지법 “노동 제공과 관련 없는 사업이익 분배”

한화오션 퇴직자들 퇴직금 청구 소송 1심서 패소

대법원 판결 따라 사용자·노동자 희비 엇갈릴듯

사기업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봐야 할 지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사용자측 손을 들어주는 하급심 판단이 또다시 나와 눈길을 끈다.

한화오션 퇴직자들이 퇴직금 산정과 관련해 경영성과급도 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경영성과급은 노동의 대가가 아닌 근로복지 차원에서 보상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경영성과급이 근로자의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근로복지 차원에서 보상하는 사업이익 분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업계 및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민사5부(최윤정 부장판사)는 최근 한화오션 퇴직자 970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한화오션 퇴직자 970여명은 사측이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경영성과급을 제외하고 계산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주자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매년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온 만큼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사측은 경영성과급은 경영 성과를 분배한 것일 뿐 노동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평균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지워져 있는 금품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때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는 정리되지 못한 쟁점이다.

한화오션은 2001년부터 매년 노조와 교섭을 통해 경영성과급 지급 여부, 지급 기준, 지급률 등을 정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기준은 매년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으로 달라지다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업이익에 경영평가등급을 반영해 지급률을 정했다.

지급률은 매년 크게 변경됐고 지급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영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사는 경영성과가 좋지 않던 해에는 경영성과급 지급 합의를 하지 않았다.

법원은 한화오션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경영성과는 근로제공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한화오션 경영성과급은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 경상이익의 발생 여부나 규모와 연계돼 지급되는 것으로 사업의 이익 자체를 배분하는 성격을 가진다”며 “이익의 발생 여부나 규모는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외에 자본 규모, 지출 비용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고 매년 지급 여부나 지급률 변동 범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시간이나 내용, 질이 해마다 크게 차이난다고 볼 수 없음에도 영업이익 규모에 따라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경영성과급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보면 경영성과급은 근로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영성과급은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근로자에게 일부 배분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영업으로 창출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주주들에게 분배돼야 하는 몫”이라며 “사용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일부 희생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로제공이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 근로자 사기 진작과 근로복지 차원에서 보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와 노조도 이 점을 인식하고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경영성과급 지급 합의를 하지 않았다”며 “매년 노사합의로 경영성과급 지급 여부나 지급 기준을 다르게 정했다는 것은 임금이 근로의 대가로서 사업주의 경영실패나 성공과 무관하게 지급돼야 하는 금품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에서 변수도 있다. 한화오션의 경영성과급이 근로자들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급된 것이라면 그 성격을 임금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노동력 제공과 밀접하게 연동돼 지급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용자에게 이직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지급하는 금품의 성질을 어떻게 볼 지는 정리되지 않은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다수 기업에서도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영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판단한 법원과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이 발생하는 성과를 근로자들에게 일부 배분하는 것일 뿐이라고 보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심과 2심 모두 경영성과급의 근로대가성이 부정되며 승소했다.

반면 현대해상 사건은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모두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노동자들 손을 들어줘 한화오션 퇴직금 청구 소송 판결과 대비된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한국공항공사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근로일수에 따라 일할계산해 지급되는 것이 원칙인 만큼 근로의 대가로 봐야 하고, 매년 예외 없이 지급됐다는 점, 경영평가성과급을 산정·지급하는 구체적 방법 등을 마련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근속자라면 평균임금이 10만원만 늘어나도 최소 수백만원의 퇴직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와 노동조합 역시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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