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 의대교수 휴진, 다시 번지나

2024-07-02 13:00:51 게재

고대의료원·충북대병원 결정

전공의·의대생 복귀 기미 없어

의대 교수들 사이의 휴진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연세대)과 서울아산병원(울산대) 교수들에 이어 고려대와 충북대병원 교수들도 응급·중환자 진료를 제외하고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의정갈등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각각 수련병원과 학교로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날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2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고대 의료원 교수 비대위의 휴진은 일반 진료 환자 대상이며 응급·중증 환자 진료는 이어간다.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찬성률이 80%를 넘었다”며 “교수들이 개인 연차 등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휴진에 참여하고, 신규 환자라고 해도 중증이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휴진이라기보다는 진료 축소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중환자 치료는 유지해” = 충북대·의대 비대위도 소속 교수 설문을 통해 오는 26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충북대 교수들도 입원 환자·중환자 진료와 응급실 운영은 유지할 예정이다. 휴진 종료 시점은 추후 정부의 협상 태도를 지켜본 뒤 재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중단·유예를 선택하면서 휴진 확산세가 주춤한 듯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달 4일부터 휴진하기로 한데 이어 고려대와 충북대 병원 교수들이 동참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오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등장 = 의료공백사태의핵심인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할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펠로)의 현황을 공개하는‘블랙 리스트’가 의사 사회에 재등장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달 28일과 30일 병원에 복귀한 의사현황 리스트가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수사의뢰했고,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회의를 주재하고 “오히려 복귀하려는 전공의를 방해하려는 불법적인 행동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개개인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장관은 이어 “이사안에 대해 즉각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면서 “이런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40개 의대 수업 재개했지만 = 의대생들도 수업에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일 회원들에게 발송한 서신에서 “현 시국 종결까지 의료계 내 유일한 학생 협회로서 위치를 지키고 타 협회나 단체의 결정이나 요구에 휘둘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출범한 의협 주도의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올특위는 지난달 20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구성됐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의대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협은 또 지난 3월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대정부 요구안 8개 항목을 공개했으며, 본 협회는 학생 회원 여러분의 의견을 성실히 대변해 오직 대정부 요구안과 학생들의 입장에만 기초하도록 하겠다”면서 사실상 수업 복귀를 거부했다.

실제로 조선대 의대가 1일 개강하면서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이 수업에 나섰지만 의대생들은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각 대학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8월에 의대생들이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등록하지 않으면 제적이 불가피해 등록하되 수업거부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정부는 내년 예과 1학년 수업에 7500명이 몰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1학기에 수업을 듣지 않았어도 유급 없이 학사 일정을 계속할 수 있는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피소 = 한편, 의대생 학부모 2800명과 사직 전공의 171명,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 장관을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의료계를 대리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조 장관이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사전보고도 하지 않고 2월 6일 보정심 회의 직전에 단독으로 의대 증원 숫자 2000명을 결정했고, 이를 대통령실에 통보했다’고 답변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패싱한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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