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국 3중전회, 시장기대감은 ‘글쎄’
블룸버그·닛케이 “기존방침 재천명 예상” … 각종 경제문제 해결할 단서 제시할 가능성도
이번달 15일부터 나흘간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이 반도체기술부터 토지개혁, 세원개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논의하는 ‘3중전회’를 개최한다.
3중전회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5년 임기 동안 열리는 7번의 전체회의 중 하나다. 2022년 선출된 현 제20기 중앙위원회는 지난해 가을 3중전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발됐다. 중국 관영언론은 올해 4월 말에야 “개혁 심화를 논의하기 위해 7월에 회의가 소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난주 7월 15일부터 18일까지라는 일정이 발표됐다.
3중전회는 주요 경제정책 수립을 위한 발판으로 알려져 있다. 1978년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은 중국의 초강대국 도약의 발판이 된 ‘개혁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각종 역풍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 큰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3중전회는 폐막 당일 발표하는 성명에서 장기적인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한다. 시진핑 체제에서 처음 열린 2013년 3중전회에서는 국가부문의 ‘지배적’ 역할을 재확인하면서도 시장의 힘이 경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장문의 문서가 작성됐다.
그 다음 3중전회는 예년보다 이른 2018년 2월에 열렸다. 당시는 중앙위원회가 주석의 2선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헌법개정안을 논의한 직후로, 시 주석의 3선연임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3중전회는 경제보다는 당과 국가기관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에선 ‘큰 거 한방 없을 것’ 예상
이번 회의가 당초 일정에서 벗어나면서 당 지도부가 주요 정책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몇주 동안 발표된 수많은 공식자료와 기사, 관영언론 사설은 그같은 가능성을 일축한다.
닛케이아시아는 1일 “올해 3중전회는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2035년까지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에 박차를 가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는 끊임없는 부동산 위기부터 서방의 수출덤핑 비난을 불러온 내수부족에 이르기까지, 중국경제를 괴롭히는 각종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같은 날 “올해 3중전회에서 시장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빅뱅 같은 개혁이 나올 기대감은 낮다”고 전했다.
시장의 우울한 전망을 반영하듯 지난주 뉴욕증권거래소(MSCI)의 주요 중국증시지수는 기술적조정에 들어갔고, 블룸버그의 개발주지수는 5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국내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추가부양책 기대감 하락으로 1일 사상최저치로 하락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3중전회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창립파트너이자 연구책임자인 아서 크뢰버는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3중전회에서 거의 확실한 것은 산업정책 중심 성장전략의 최신 명칭인 ‘새로운 양질의 생산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정책이 더 잘 작동하도록 여러가지 중요한 발표나 정책적 시사점이 나올 수 있지만, 큰 방향전환보다는 기존의 정책방향을 재확인하는 노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투자자 메모에서 “우리는 ‘빅뱅’ 정책 이니셔티브보다는 다년간의 관점에서 기존 개혁조치를 지속하거나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혁신주도 성장, 리스크 방지, 공동번영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철학이 앞으로 몇달 동안 중국정부의 공식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제시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부동산침체, 지방정부의 재정압박, 내수침체 등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힌트가 나오면 시장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3중전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는 주요 정책은 △공급망 안보 △도시화 및 농촌개혁 △재정·세제 개편 △민간 경제의 역할 등이다.
기술혁신 통한 공급망 안보는 우선순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국들이 첨단반도체와 같은 주요 제품의 대 중국 수출금지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정부는 핵심기술의 혁신을 최우선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또 부채에 의존하는 기존 인프라투자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장기성장동력을 기술혁신에서 찾고 있다.
기술 자급자족과 산업 현대화는 최근 수년 동안 시진핑 주석의 고품질 발전구상을 촉진하는 주요 정부·당 문서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달 초 당 기관지 ‘치우스’는 “현대 산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 과학 기술의 개혁을 심화하고 혁신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달 26일자 투자자 메모에서 “3중전회는 공급망 자급자족과 기술혁신에 우선순위를 두는 최근 수년간의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번째는 도시화 및 농촌개혁이다. 수십년에 걸친 도시확장에도 중국 인구의 약 66%만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80%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블룸버그는 “이는 중국에 있어 도시화가 여전히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라는 의미이자, 중국정부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정책으로 수백만명의 농민들이 도시 일자리로 이주하면서 사회안전망과 공공서비스를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가구를 등록하고 사람들이 거주하고 일하며, 학교에 다니고 혜택을 받는 곳을 결정하는 후커우제도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
지난번 3중전회에서 논의됐던 농촌토지개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농촌주택의 거래를 허용하면 공공주택과 사회안전망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가계와 지방정부는 토지개혁에 따른 가치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는 시장이 자원배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중국당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조치가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중국인의 소비력을 서서히 높여 경제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친시장 정책, 행동으로 뒷받침돼야”
재정·세제 개편도 관심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 지방정부는 성장을 촉진하는 인프라에 대부분의 재정을 지출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부채가 켜켜이 쌓이면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중국 안팎의 경제학자들은 ‘중앙정부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감당하고 지방당국에 지속가능한 소득흐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지난해 12월 경제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새로운 재정·세제 개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3중전회에서 그 세부사항이 공개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일부에서는 소비세를 개편해 지방당국 수입원을 확대하고 중국의 가장 큰 세원인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개혁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7일 투자자 메모에서 “장기적으로는 광범위한 재산세와 상속세를 부과하고 국유기업의 이익 이전과 배당금 지급을 늘릴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썼다.
민간기업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말 동부 산둥성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변화가 필요한 분야로 부동산 고용 보육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이 분야의 민간기업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약 3년 전 부동산 개발업체와 기술기업을 단속하면서 민간부문의 정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후 중국정부는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친기업적인 수사로 전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조치가 없어 민간투자는 더디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JP모간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공약, 주택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등을 예로 들며 “중국당국이 정책공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행할지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 것도 이번 3중전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은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JP모간은 “친시장 또는 친개혁 정책을 다시 언급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그동안 말과 행동의 괴리는 실망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