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아세안 투자·수출 급증…한국과 경쟁심화

2024-07-03 13:00:02 게재

미중 패권경쟁 후 우회수출·수직적 투자 활발

미중 패권경쟁 이후 중국의 대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아세안 투자 확대는 수출증가 효과도 가져왔다. 이에 우리나라와 중극의 수출경합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6.4%에서 2022년 11.4%로 상승했다. 같은기간 중국의 전체 ODI 중 제조업 비중도 6.8%에서 16.6%로 크게 뛰었다.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는 제조업 비중이 절반에 달해 아세안의 생산거점화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중은 2010년 18.0%에서 2022년 41.6%로 확대됐다.

중국의 아세안투자는 2009년 한국을 앞질렀으며, 제조업투자는 2015년 한국을 추월했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투자가 많았다. 베트남으로의 투자는 2013년 89건(23억달러)에서 2023년 707건(45억달러)으로 급증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는 대미국·유럽연합(EU) 우회수출과 수직적 투자가 많아 수출유발효과가 크다”며 “아세안 전체 수입시장의 중국이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직적 직접투자는 본국과 투자국간의 생산요소 가격차이, 제3국 우회수출을 위한 분업체계를 구축하는 투자로, 중간재 등 본국 조달비율이 높다.

실제로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전기전자 자동차 섬유류 등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분석 결과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잔액이 1% 증가하면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물량이 0.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는 중국으로의 수입도 유발하는데 중간재와 소비재가 해당한다.

중국의 아세안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4년 17.0%에서 2023년 23.9%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5%에서 7.0%로 소폭 증가했고, 일본은 8.9%에서 6.9%로 감소했다. 한국은 그나마 7%대를 유지하며 2022년부터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을 추월했으나 중국과의 격차는 커졌다.

아세안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100대 수출 품목 중 겹치는 품목은 2018년 32개였지만, 2023년 40개로 8개 늘었다. 자동차 자동차부품 선박 금형 컴퓨터(SSD) 등이 신규 경합품목으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 있어 아세안 시장을 활용해야 할 주장이 제기된다.

장 실장은 “중국시장에서 한국은 현지브랜드외에 아세안 제품과의 경합이 확대될 것”이라며 “대중수출에 있어 첨단제품은 한국에서, 범용제품은 아세안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중국의 대멕시코 투자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를 우회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다.

멕시코 시장에서도 한중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이 경합하는 주요 수출 품목 수는 2020년 7개에서 2023년 9개로 늘었고, 수출 경합도 역시 같은 기간 0.315에서 0.352로 증가했다.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워질수록 경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중 경합 분야도 철강·금속 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많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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