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론’ 확산과 진정 갈림길

2024-07-03 13:00:14 게재

민주 현역의원이 공개 거론 … ‘완주’ 굳힌 바이든, 후보 조기지명 검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레슬리 J.맥네어 육군기지에 도착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 차남 헌터 바이든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바이든 일가는 가족회의에서 대선 후보 사퇴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첫 TV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론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 현역의원까지 사퇴를 공식 언급하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사퇴시 대체 후보와의 가상 여론조사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가족과 측근 모임을 통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바이든 측은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고령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선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선후보 조기지명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사퇴압박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소속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36대 대통령(1963년 11월~1969년 1월 재임)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후보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도 있었지만 연방 상·하원 의원 중에서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재선 포기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사퇴 촉구 동참 가능성도 주목된다.

CNN은 2일 익명 보도를 전제로 대화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 20여명 중 많은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치권에서 ‘여당내 야당’으로 꼽혔던 정치 거물인 조 맨친 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이 만류해서 막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TV토론 참패는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바이든 진영을 압박했다. 여론의 흐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대결 시 두 후보는 각각 43%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TV토론 직전 여론조사들과 비교하면 간격이 커진 결과다. 나아가 CNN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바이든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인사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원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의 격차가 2% 포인트로 그나마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나 바이든 대통령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의 조사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 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는 대선 출마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서 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사퇴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백악관 안팎 공식 행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완주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일엔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회의를 갖고 자신의 고령 리스크에 대한 우려 불식에 나설 계획이며 금주중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준비중이다. 또 주중 보도될 ABC 뉴스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건재를 확인시키고, 내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유 진영의 리더 면모를 과시한다는 복안이다. NATO 정상회의 계기에 기자회견에도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5일 위스콘신주에 이어 주말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는 등 본격적인 경합주 유세도 재개할 예정이다.

백악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며 “대통령 본인이 언급했듯 (27일 TV토론에서) 나쁜 밤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재기할 줄 아는 사람이고,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의 인지력 검진 등 의혹 불식을 위한 추가적인 의료 진단에 대해선 “대통령의 정기 건강검진과 관련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했다”며 “이는 불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바이든 캠프 부매니저 쿠엔틴 포크스는 1일 “언론이 지나치게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이는 토론 자체보다는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캠프에서는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공식후보 지명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캠프 측에서 오는 8월 열릴 전당대회(8월 19~22일)보다 한 달 앞서 공식 후보 지명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이달 21일 화상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통상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후보 지명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8월 7일로 정해진 오하이오주의 후보 등록 마감일을 고려해 전당대회 이전에 조기 지명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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