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론’ 이번 주말이 고비

2024-07-04 13:00:00 게재

지지율 하락에 압박 커져

전방위 설득 먹힐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이 연설하는 동안 무대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론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바이든 측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전방위 설득전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와 여론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교체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이번 주말까지 사퇴론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후폭풍이 계속되자 상·하원 지도자 및 당 소속 주지사들 등과 접촉하고 직접 설득전에 나섰다. 그는 3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화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하면서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나는 민주당의 리더이며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한다”면서 “가능한 한 분명하고 명료하며 직접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당원들이 단결할 때 우리는 항상 이겼다”면서 “우리가 2020년 트럼프를 패배시킨 것처럼 2024년에도 다시 그를 꺾을 것”이라면서 당내 단결을 호소했다.

바이든 사퇴시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리스 부통령도 이 자리에서 ‘바이든에 올인(다걸기)했다’면서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 대통령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상하원 원내대표 등 당 주요 인사들과도 소통에 나섰다. 2일 밤에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짐 클리이번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 등과도 접촉했다고 백악관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아울러 3일 저녁에는 백악관에서 20여명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대면 및 화상으로 만난다. 이 자리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선 캠프에서는 TV토론 후에도 실질적인 지지율 변화는 없다는 분석자료를 제시하며 설득전에 나섰다.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은 1%포인트 밀리고 있으며 이는 오차범위 내”라고 강조한 뒤 “여론조사는 그때의 한 장면이며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체 선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수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거들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전체 직원들과 전화회의를 통해 국정과제 수행에 매진할 것을 주문하고, 외부의 정치적 소음을 차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론의 배경이 된 노쇠한 모습을 불식시키기 위해 5일 ABC 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도 선거 운동을 예정했다. 또 7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 운동을 한 뒤 내주에는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자회견도 할 전망이다. 만약 이런 공개 행보 과정에서 또다시 TV토론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경우 후보직 사퇴 요구는 걷잡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조짐은 벌써 보이고 있다.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은 3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라면 나는 계속 그를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다른 곳을 볼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그 자리(대통령직)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책임의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선거를 관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데 이은 두 번째 공개사퇴 요구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이 사퇴할 경우 새 후보를 어떻게 선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일반인도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미니 프라이머리’(미니 예비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3일 NYT와 시에나대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대선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전 조사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체 후보들보다 못한 수준이다.

결국 바이든이 이번 주말과 내주에 진행되는 언론 인터뷰와 경합주 유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당내 불신을 진정시키고 여론까지 반등시킬 묘수를 찾을 지 여부가 후보직 사퇴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주변에 “향후 며칠 안에 대통령직에 나설 수 있음을 대중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대선 후보직을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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