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 ‘당연한 바깥’

2024-07-04 13:00:01 게재

탈북 브로커에 초점·현대사 배경의 다양한 반전 … “갖고 있는 편견에 질문 던질 수 있길”

탈북 브로커의 여정을 그리며 우리가 놓인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 ‘당연한 바깥’이 20일 두산아트센터에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당선자 없음’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과 제3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이양구 작가의 신작으로 연극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쪽에선 연일 즉각 송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정보기관 직원) “우리 애를 데려올 방법이 없습니까?”(여자)

연극 ‘당연한 바깥’ 개막을 앞두고 배우들이 한창 연습에 몰두하던 6월 27일 서울 종로 6가 연습실을 찾았다. 이 작가와 송정안 연출, 김진이 PD, 강지은 배우 등을 만나 탈북을 소재로 경계를 다루는 작품의 의미와 함께 연출과 연기에서 주력하는 점 등을 들었다.

연극 ‘당연한 바깥’ 포스터.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당연한 바깥’은 탈북에 관한 작품이다.

이양구: 탈북은 나라 안에 국경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올 수 없어 다른 나라를 통해 넘어오는 과정이다. 대사 중에 ‘반나절이면 걸어서 갈 길을 이렇게 대륙을 한 바퀴 돌아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표현이 남과 북의 국경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탈북의 경로가 굉장히 많다. 몽골 중국 등을 거쳐서 오거나 배를 타고 직접 오기도 한다. 연극에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관통해 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북한의 혜산에서 출발해 중국의 장백 베이징 쿤밍을 거쳐 라오스의 루앙 남사를 통해 오는 설정을 그렸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 일본 등도 나오는데 지도에서 각 지역을 연결하면 굉장히 큰 동그라미가 된다.

그런데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 환태평양 조산대, 즉 지진이 발생하는 ‘불의 고리’와 겹치는 지점이 있다. 탈북자가 지나온 이 경로가 지진이 난 경로에 비유된다. 지진이 나면 지반에 균열이 생기지 않나. 탈북 경로는 냉전의 질서에 난 균열이다. 탈북 경로를 지진이 생겨난 이후 갈라진 틈으로 빗대어 작품을 쓰게 됐다.

연극 ‘당연한 바깥’의 이양구 작가(왼쪽)와 송정안 연출. 사진 이의종

●탈북을 다룬 작품들과 차이가 있다면.

이양구: 탈북자에 대한 얘기는 어느 정도 다뤄졌는데 탈북 브로커에 초점을 맞춘 얘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조명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이 얘기는 탈북을 소재로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길을 잘 아는’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연극에는 탈북 브로커와 정보기관 직원, 탈북했다가 성장해서 북으로 재입국하고자 하는 인물 등이 등장한다. 기존 탈북 서사가 주목했던 북에서 남으로, 제3국으로 탈출하는 경로를 포함해 탈북과 관련해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던 서사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경계를 오가는 인물들인데 이들이 탈북을 둘러싸고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 것을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작은 사회로 그리고 있다. 묘하지만 일종의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 된다.

김진이: 2010년 초반 두산아트센터에서 ‘경계인 시리즈’를 진행하는 등 연극계는 경계 국경에 대해 많이 주목해왔다. 이 작품은 경계가 직선이 아니며 경계에도 층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전체 회차 영어 자막을 준비했다. 한국어 연극이긴 하지만 남북 간의 사안으로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입장과 관점의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6월 27일 서울 종로 6가 연습실에서 연극 ‘당연한 바깥’의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탈북 과정에서 주인공 여자와 아이가 헤어지게 되는데.

이양구: 탈북을 하던 중 여자는 중국 스페인대사관으로 탈출하고 아이는 붙들리는 설정이다. 여자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반전이 있어 기대해도 좋다. 이 외에도 한국 및 동아시아의 굵직한 현대사들을 배경으로 다양한 반전이 굉장히 속도감 있게 나온다.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흡입력이 있다.(웃음)

●연출에서 주력하는 점은 무엇인가.

송정안: 인물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그 미묘한 변화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것에 힘쓰고 있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땐 물리적인 거리와 비례해 시간도 함께 흐른다. 그 물리적 흐름 안에서 인물들의 관계들이 더 견고해지거나 깨어지게 된다. 관객들 역시 본인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편견들에 질문을 던질 수 있었으면 한다.

●연기에서 가장 집중하는 것이 있다면.

강지은: 주인공 여자는 아이와 함께 남한으로 넘어가기 위해 정보기관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는 인물이다.

연극이 거의 대사 위주로 이뤄져 있어 상황을 배우의 대사로 자세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연극에 비해 굉장히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북한 혜산 사투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공연명: 연극 ‘당연한 바깥’

기간: 7월 20일부터 8월 4일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전회차 한글 영문 자막. 26일, 27일, 8월 3일 수어통역

출연: 강지은 공상아 김효진 우범진 장석환

관람료: 전석 3만5000원, 청소년(13~25세) 1만7500원, 장애인 복지 할인 1만7500원

관람연령: 13세 이상 관람가

예매: 두산아트센터 인터파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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