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어획량 안에서 조업’하는 어업 확대

2024-07-05 13:00:23 게재

꽃게는 서해안 전체·동해 붉은대게는 연안통발·자망까지 … TAC적용 17개업종·15개어종 쿼터 64만톤

연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정하고 그 한도 안에서만 조업하는 ‘총허용어획량’(이하 TAC) 제도가 어업인들 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서해에서 많은 연안어업인이 조업하는 꽃게에 대한 TAC 적용을 현재 진행 중인 인천의 특정해역과 연평도 해역에서 서해 전체 해역으로 확대한다. 최근 연안어업의 어획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동해 붉은대게는 TAC 적용을 현재 근해통발에서 연안통발·연안자망까지 확대한다.

꽃게와 붉은대게의 연안 TAC는 ‘준비’ 단계부터 적용해 2028년부터는 모든 연근해어업이 <정착>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형선망 어선에서 고등어 조업을 하고 있다. 사진 수협중앙회 제공
올해 TAC적용 대상은 지난해와 같이 17개 업종 15개 어종이지만 할당량은 42만7065톤에서 64만2790톤으로 늘었다. 업종·어종별 쿼터 배정은 자원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위한 노력 =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제수산기구를 만들어 공해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조업하면서 참치 등의 무분별한 남획을 막고 있다.

각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연근해에서도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TAC 방식으로 전환하고 어획증명제도를 도입해 할당된 어획량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 고등어를 수출하는 노르웨이는 수산자원 관리를 잘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국내에서 TAC제도는 1999년 고등어 전갱이 등 4개 어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경기도 앞 바다에서 꽃게잡이하는 어업인들. 사진 수협중앙회 제공
현재 오징어 고등어 붉은대게 꽃게 대게 참홍허 갈치 참조기 삼치 등 15개 어종으로 늘었다. TAC제도에 참여하는 어업인들도 대형선망 대형트롤 근해통발 근해자망 근해안강망 근해연승 근해채낚기 등 17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해수부도 어업인들 참여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수산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고 있다. 한정된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어업방법 등에 대한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업인들이 조업하는데 불편을 겪었고, 어업생산량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장 어업인들과 전문가들 요구도 많았다.

해수부는 지난해 9월 제2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어업선진화 추진방안’을 발표, 1500여건의 규제를 2027년까지 절반 가까이 폐지하고 TAC중심으로 어업관리를 하기로 했다.

일본이 1908년 우리 수산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어업등록령’의 잔재를 걷어내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 과제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 어업은 116년전 제정된 어업법을 바탕으로 금어기·금지체장 등 규제 위주로 관리 중이다. 출항에서 입항까지 법령상 준수해야 하는 규제는 41개 업종당 평균 37건으로 총 1500여건에 달한다. 이는 한정된 수산자원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어업인들 사이에 경쟁으로 이어져 남획 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해수부는 지난 1일 정부 입법으로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TAC 전면 도입과 △불합리한 규제 대폭 축소를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자원량 조사에 대한 어업인 신뢰 중요 = 올해 TAC는 이런 노력이 한걸음 더 전진한 결과다. 해수부는 올해 상반기 20여회 현장 설명회를 통해 업종별 지역별 어업인들 의견을 수렴했다. 현장에서 원활한 적용을 위해시행과정에서도 개선 사항을 계속 찾아 보완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TAC를 즉시 이행할 수 없는 연안어업인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적용단계를 준비, 연습, 정착 3개로 나눠 제도의 이행수준과 어업인의 수용성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준비단계에서는 TAC 시행을 위해 필요한 어선별 과거 어획량 정보 등을 수집하고, 연습단계에서는 어선별로 TAC를 배정해서 배정된 물량 안에서 조업을 하는 훈련을 한다. 이같은 단계를 거친 뒤 정착단계에서는 배정된 물량을 초과할 경우 조업중단 명령 등 제재를 받게 된다.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올해 TAC는 ‘정착’ 단계의 경우 지난해 TAC 대상과 동일하게 고등어 등 15개 어종, 대형선망 등 17개 업종에 적용한다. ‘연습’ 단계는 멸치 등 4개 어종, 5개 업종에 대해 14만6505톤, ‘준비’ 단계는 꽃게, 붉은대게 등 2개 어종, 6개 업종에 대해 3만3160톤이다.

어종별, 업종별 총허용어획량을 정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되는 생물학적허용어획량(ABC)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산정했다. 수과원은 올해 TAC에 참여하는 17개 업종 중 주요 15개 업종을 대상으로 126명이 참여한 권역별 어종별 5개 워킹그룹을 운영했다.

수과원은 △주변국과 TAC 대상업종의 어획상황 △해양환경과 관광객 등 비어업인들의 어로작업이 자원감소에 미치는 영향 △여러 업종에서 조업하는 어종에 대한 조업실태 등을 자원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워킹그룹 의견을 수렴해 6건은 반영하고 17건은 검토 중이다.

강수경 수과원 연근해자원과장은 “주변국 어획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됐지만 일본과 어업형상이 중단된 상태이고, 중국은 통계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한 ·중·일은 물론 북한 러시아까지 포함한 수산자원조사협의체가 구성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과원에 따르면 근해자망 근해안강망 쌍끌이대형저인망 외끌이대형저인망 등 4개 업종에서 조업 중인 참조기의 경우 서해 쪽으로 올라오면서 중국어선들도 어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측 통계자료는 해역별로 제공되지 않고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다 합쳐서 나온다. 한국은 지자체별로 위판위치를 기준으로 통계청에서 자료를 제공한다. 올해는 중국어선들이 조업하는 참조기 양에 대한 자료를 일부 확보해 어획량을 산정할 때 반영했다.

자원량에 대한 통계는 어업인들이 자신들에게 배당된 어획량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제주 인근 해역에서 근해연승(낚시로 조업) 어업으로 갈치잡이를 하는 홍석희 제주어선주협회장은 “어업인들이 TAC를 받아들이려면 자원량 조사가 중요하고, 통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자원관리를 잘해야 후손들에게 어업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획일적 적용 곤란 의견도 = 해수부는 TAC에 대한 어업인들 수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 1년 단위로 적용하는 어획량 배정을 3년 단위로 배정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3년 단위 TAC를 처음 도입한 고등어의 경우 2021년 12만2170톤, 2022년 11만896톤에 이어 지난해 어획량은 12만89톤으로 최근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고등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해역에서 출현하지만, 고등어를 주로 조업하는 업종은 대형선망이다. 부산에 있는 대형선망 18개 선단에서 고등어 어획량의 78%를 잡았다. 정치망 자망 등의 업종은 해당 업종이 조업하는 해역에 고등어가 출현하면 어획하는 방식으로 고등어를 중심으로 조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중 가장 큰 업종인 대형선망은 5~6척의 어선이 1개의 선단을 이뤄 조업한다. 1999년부터 대형선망의 고등어 어획은 TAC로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선박 척수를 줄이는 감척(구조조정)도 진행했다.

해수부는 TAC를 확대하기 위해 어업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광범 수협중앙회 어업양식지원부장은 “TAC를 확대하고 규제는 과감히 줄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규제완화나 기대한 자원회복이 미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남아있다”며 “TAC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어선세력을 줄이는 감척이 필요하고, 감척을 위한 현실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준비단계 어종에 속한 서해안 꽃게를 잡는 한수호 진도꽃게통발협회장은 “어획량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고, 적으면 가격이 오르는데 획일적으로 어획량을 기준으로 조업하게 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무리하게 진행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동해안 붉은대게를 잡는 김태철 강원연안어업통발연합회장은 “TAC를 확대해야 어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지역도 있던데 강원지역에서는 TAC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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