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위반’ 옥살이 일병 44년만에 누명벗어
대법, ‘1980년 군법회의’ 파기 무죄 확정
이원석 검찰총장 ‘비상상고’로 바로 잡아
대간첩 작전 중 적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노병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로 44년 만에 대법원에서 누명을 벗게 됐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군 형법 위반(공격 기피 등) 혐의로 1980년 육군 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A씨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고등군법회의의 환송심 판결이 상급심 판결의 기속력(구속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2022년 11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제기한 비상상고를 인용했다.
비상상고는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에 명백한 법령 위반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78년 10월 육군 7사단 일병이던 A씨는 휴가병 3명을 사살하고 북한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무장간첩 3명에 대한 포획 작전 중 적을 발견하고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인 보통군법회의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2심인 고등군법회의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소총 사격으로 대응한 사실이 있는 등 고의로 적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1979년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자 환송심인 고등군법회의는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지 않고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의 2차 상고를 받아 든 대법원은 1980년 이 판결을 재차 무죄 취지로 파기했으나 고등군법회의는 또 이를 무시하고 징역 3년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1979년 10월 비상계엄이 발동되며 ‘군인의 상고권’이 제한된 탓에 대법원에 스스로 다시 상고할 수 없었고 이듬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2022년 11월 8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하급심 판결이 기속되기 때문에 하급심인 고등군법회의는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없는 한 대법원의 파기 이유와 달리 판단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대검은 “A씨의 명예 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비상상고를 제기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한 사례”라며 “ 앞으로도 준사법기관으로서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